기억하십시오 당신은 한낱 인간입니다.
"야식은 이제 좀 덜 먹어?"
엄마와 종종 전화를 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질문이다.
대답은 예스. 정확히는 아예 야식을 안 먹은 지 4달이 지나갔다. 그리고 헬스를 꾸준히 한 지도 4달. 지출 습관을 다시 팔로 업하며 파악하기 시작한 것도 두어 달이 지났다.
이게 여기까지만 들으면 쓰레기같이 살다가 갑자기 갓. 생을 사는 사람처럼 보이겠지만 아니다. 잠깐 들어봐 주십시오. 저는 딱히 큰 결심을 하거나 갑자기 누가 뒤통수를 쳐서 환골탈태하지 않았습니다. 정확한 순간은 기억이 안 난다. 내가 안 좋은 습관이 줄어든(아예 없지 않다.) 계기는 아래 두 가지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 기분은 안 좋을 수 있다.
두 번째, 내 상황은 안 좋을 수 있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
한번 들어보시라.
나는 기분이 안 좋을 수 있다.
내 상황은 안 좋을 수 있다.
-> 즉, 내 기분은 항상 좋을 수 없으며 상황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나는 이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내 기분은 매일 좋아야 했다. 왜냐면 상황이 너무 거지 같았기 때문이다. 충동지출과 폭식 야식 과소비 늘 누워있기 등등 심지어 살이 찌고 모아놓은 몇백이 날아가는 줄도 몰랐다. 알고 있었지만 외면한 게 맞다.
여러분은 아실 거다. 지금 기분이 안 좋으면 당장 사람들은 뭐라도 해야 한다. 맑은 광기의 눈으로 그 모든 감정의 소용돌이를 견딜 수는 없다.
나 또한 그랬다. 취업준비기간은 나에게 너무 새로웠다. 나는 그렇게 많은 거절을 당해본 적도 없었다. 소속이 없었던 기간도 처음이었다. 돈도 걱정되었다. 취직 후에도 지속적으로 날 괴롭히던 한두 명에게 인간보다 못한 유치한 말들을 들었다.
이걸 해결하려면 당장 돈을 써서 입에 무언가를 쑤셔 넣을 수밖에 없었다.
그게 유일하게 내가 나에게 그 감정에서 도망칠 수 있게 해 줬으니까.
그런 내가 지금 폭식을 끊고 운동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냐. 배달 음식을 시키면 기분이 더 더러워진다, 는 사실 때문이 아니다. (그건 진작에 알았다. 하지만 뭐 했다고? 외면했다고.)
내 기분이 안 좋을 수도 있음을 인정하자 자연스럽게 끊겼다. 그러니까, 지금 내 상황은 내가 불안하고 속상할만하다. 행동은 그것과 별개로 이루어진다.
1초라도 기분이 나쁘면 안 되어서 늘 도망치고 무언가를 쑤셔 넣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하루종일이라고 기분이 나쁠만했다. 난 기분 나빠할 권리가 있으니까.
물론 너무 기분이 나쁘면 다른 방법을 써야 한다. 그건 본인이 찾아야 한다. 나의 경우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산책, 누군가에게 전화하기, 러닝 등등을 찾았다. 책 읽기도 있다. 적고 보니 굉장히 교양 있는 취미들인데 그냥 돈 안 들고 빨리 하려는 걸 하다 보니 쟤네들로 이루어졌다.
요즘 많은 사건들이 있다. 나는 그게 자신들의 상황이나 대우 기분이 조금이라도 나쁘면 안 되기 때문에 벌어진다고 생각한다. 자신들은 욕구를 참는 괴로운 순간을 견뎌서도 안되고, 남들이 실수로라도 자기 심기를 거슬러서도 안된다.
그렇기에 지위와 돈이 있는 사람은 아랫사람을 괴롭히고 아무것도 없는 사람은 범죄를 저지른다. 그게 지금 당장 그 기분에서 벗어나는 착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는 그냥 개인적 생각이다.
그냥 나쁜 습관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이상한 성찰이 되어버렸다.
어쨌든, 세상을 살다 보면 견뎌야 하는 순간이 온다. 돈을 모으려면 지금 좀 덜 맛있는 것을 먹어야 하고 살을 빼려면 운동을 해서 땀을 흘려야 한다. 그것을 견디고 있는 자기 자신이 비참하게 느껴진다면, 내가 이 행동을 참음으로써 나올 좋은 효과에 집중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살을 빼려면 이걸 먹으면 안 돼. 보다는
이걸 안 먹으면 살이 빠지겠네.
뭐 이런 식으로.
글 마무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퇴사했지만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미래의 짱멋진 직장인은 그럼 이만.
가기 전에 내 브런치의 모토를 여기 두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