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평화로움이 평범함이라니!

다시 하나씩 해나가고 있는 나를 보며

by chul

어쩌면 이게 평범한 사람의 하루인가. 나는 뭐, 지금 직장 다시 구하는 중이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을 하고, 일주일에 한번씩 빨래를 한다. 빨래를 다시 넣고 부엌 청소를 하고 나가기 전에 창문을 살짝 연다. 옷이 널부러저 있으면 적당히 정리해서 옷장에 넣고 내일 입을 옷을 밖에 걸쳐둔다. 오늘 예상 지출을 보고 필수 지출이 갑자기 생기면 잠깐 다른 지출을 줄인다. 자기 전에 하루를 마무리하고 이빨을 닦는다.

이 평범하디 평범한 하루가 나는 신기하다. 거의 3년동안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가 얼마나 한심하게 혹은 우울에 쩔어서 살아왔는지 너무 많이 말해서 입이 아프다. 취업준비 기간동안은 내가 무언가를 이루지 못했으니 자잘한것은 패스했다. 회사를 다닐때는 여러모로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그냥 집 상황을 신경을 못 썼다.


옷이 쌓이거나 날파리가 꼬여도 그냥 이불 안으로 들어갔고, 순간적인 충동으로 야식이나 배달음식 등으로 지출을 했다. 그렇게라도 해야 내가 살아야했음을 지금은 안다. 남들에게 없어보이지 않기 위해서 괜히 밥을 사고 또 신용카드를 긁고. 그래도 죽은 척 하고 회사에서 버티면 월급이 나왔으니까.


모든 것을 그만두고 나자, 나를 괴롭히는 요소나 외적 상황이 없어지자, 엉망이 된 방이 보였다. 이 방이 깨끗해지기까지는 3주가 걸렸다. 아무도 나를 못 챙긴다면, 내가 월급을 이제 못 받고 다시 회사를 가야한다면. 나는 나를 챙겨야겠다, 나를 위한 일을 하나씩 해나가기로 했다.

일주일에 4번 이상 아침 운동을 나가고, 도서관으로 향하고 적당한 저녁을 먹고 집에 와서 오늘의 지출을 살핀다. 일기를 쓰고, 취준 외 해야 할 일들 일정도 본다. 가기 싫은 약속은 잡지 않거나 거절한다. 정상적으로 리뷰가 안 되었던 내게, 이런 일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잘 되어가는 것 하나 없지만 잘 하고 있고 무언가를 꼼꼼하게 살펴가며 해나가고 있었다.


신기했다.

나는 외적으로 날 괴롭히는 사람이나 상황에 익숙했다. 거기서 빠져나오기 위해 발버둥 치는데 익숙했고 어쩌면 늘 그런 상황을 내가 불러오기도 했다. 나도 모르게 그런 쪽으로 가기도 했고. 감정이 미친듯이 요동치며 무언가를 극복하고 살아남아야했다. 하지만 지금 나는 직접 여러 지옥을 잘라내었고, 내 삶을 위해 다시 돌아왔다. 그냥 빨래를 개고 산책을 하고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여러 뼈저린 반성을 겪으면서 말이다. 물론 그 시기가 있었기에 내가 이럴 수 있었겠지만. 이제 세상을 cctv의 눈으로 보지 않는다. 나의 1인칭으로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무엇이 싫은지, 그것을 기준으로 행동한다. 나에게 좋은 것으로 선별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