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탓이 아닌데 내가 수습해야하는 내 인생

상처가 성장이 되진 않지만 일단 삶은 계속되기에 젠장

by chul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을 하필 살아야해서, 일단 또 힘내는 이야기.


나는 지나간 나의 그 상처들이 성장의 발판이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그게 성장이었다면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하거나 고용 협박이나 이슈로 몇번이나 취준생 입장으로 떨어진 내가 훨씬 더 직장을 빨리 잘 잡아야 했을 것 아닌가? 아무 그런 일이 없던 친구들이 대기업에 턱턱 붙지만 이런저런 경력과 경험이 있는 내가 서류 합격조차 못 하는걸 보면 상처는 상처일뿐이다.


여러 뉴스, 기사, 흩날리는 파편...등을 보면 나만 겪는 일들은 아니었고, 내가 바꿀 수 없는 내 나이, 성별, 시대 등등으로 겪기에 충분한 일들이었다. 하긴, 다른 건 몰라도 전 직장의 리더들은 내가 남자였으면 나를 그렇게 회의실에 가둬놓고 책상을 치거나 하는 정신적 폭력은 못 저질렀을 것 같다. 그건 명백히 힘이 물리적으로 센 성인 남성임을 스스로 알고 대하는 태도였기 때문이다. 정신적인 괴롭힘도, 음, 안 당했을지도 모른다 거긴 젊은 남자 직원을 좋아하기로 유명했던 리더였던지라.


물론 이런 부조리한 일들에 목소리를 내고, 상처를 극복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데 내가 바꿀 수 없는 가장 큰 것은 내가 결국 이 세상에서 무엇이든 하면서 살긴 살아야한다는 사실이다. 뭣같지만, 세상이 좋아질 때까지, 공평해질 때까지 냉동인간으로 있다가 깨어날 순 없는 노릇이 아닌가.

솔직히 말하면 요 며칠간은 이런 상황에 무력함을 느꼈었다. 나는 최근에 심리상담을 듣고 있고 가족부터 포함해 나의 이야기를 하다보니 '제3자'가 관여된 일들이 많았음을 알게 되었다. 상담 선생님은 또라이들에게 자주 걸리는 이 상황도 상황이지만, 우리가 지금 바꿀 수 있는건 당신 자신뿐, 이라며 당신의 문제가 무엇일지 고민해봐야한다.고 하셨다.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었다. 어렸을때 의지할 어른이 없던 것과, 내가 여자로 태어난 것, 취업이 안 되고 겨우 들어간 곳들은 그냥 나를 밀어내버려서 다시 백수가 된 것이 내 잘못이라고? 제주도로 오면서 그냥 바다에 빠져 죽고 싶었다. 다시 뭍으로 돌아갈 자신이 없었고 내 끝마저도 그냥 누군가가 끝내줬음 좋겠다.

그러다가 문득, 맛있는 것을 먹고 좋아하는 고양이 강아지들 사이에 있고 즐거운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나의 상황에서 떨어져나오자 이해를 했다. 아, 그건 내 문제라는 게 아니다. 벌어진 일과 내 주변 사람들은 어쩔 수 없지만 내가 바뀔 수는 있고 그것만이 유일하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는 의미였음을. 그래서 지금 내가 바꿀 수 있는 문제를 볼 뿐임을.


자신도 없고 억울하다. 그러나 바로 옆의 사람조차 내가 바꿀 수 없는데 지금 이 경제난, 차별적인 상황 모두 뭐 당장 바꿔지기를 기다릴 순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아무것도 안 되어가는 상황에서 어떤 근거를 가지고 해야 할 일들을 한단 말인가. 나는 미래 과거 현재 모두 끔찍하고 상상조차 하기 싫은데. 다만 지금 현재는 덜 괴롭게 즐거운 것들을 하면서 몰입할 뿐이다. 과거와 미래로 도망친 내 인식이 나를 더 잠식하지 못하도록. 어떠한 성취나 성과를 다시 해낼 힘은 없지만, 방법을 진지하게 고려할 힘 정도는, 돌아가면 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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