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특별하지 않다, 하지만 나를 빛내주는 특징이 있다.
어드벤트 캘린더가 하루 남았다.
어드벤트인지 벤터인지는 잘 모르겠다. 오늘이 23일이고 오늘 초콜릿을 먹었으니 이제 하나 남은 셈이다. 지금 남은 초콜릿 칸 크기를 보아하니 꽤 큰 녀석이 들어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전에도 큰 크기의 박스를 보고 오예, 했더니 그냥 속이 빈 강정이었어서 이번에도 그려려니 하고 있다.
어드벤트 캘린더는 내게 하나의 챌린지였다.
나는 올해를 넘기지 않고 죽으려 했다. 남은 돈과 계약기간들을 살폈고, 인터넷에 돌아다니면서 깔끔하게 죽는 법 따위를 검색했고 아카이빙을 했다. 내 주변의 모두가 혐오스러웠고 어차피 아무것도 모르면서 내게 웃으며 다가오거나 고민을 털어놓는 모두가 질렸었다. 죽어도 슬퍼할 사람은 없고 찜찜해하거나 곤란할 사람들이 있을 것이었다.
나는 중요하지 않고 특별하지 않았다. 평범한 수준의 무언가도 해내지 못했다. 눈치 없이 살아있었다, 바퀴벌레처럼. 4년 전에 이 생각을 했는데 누가 제발 살아달라고 해서 다시 살았는데 다시 돌아서 같은 생각을 하는 걸 보아 앞으로도 눈치 없이 세상이 날 죽이려고 하는데 살아있고 말겠지, 싶었다.
그러면서 어드벤트 캘린더를 사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사실 난 살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미래의 내가 나를 포기하지 않기를 바라며 하루하루 초콜릿을 먹었던 것이다. 제발 넘어가기를 바라면서. 그랬더니 집 계약을 내년으로 연장하고, 취준 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할 궁리를 세우고 있으며, 나를 괴롭게 한 그룹이나 인연들은 끊고 새로운 곳이 집중하고 있다.
내 입으로 이런 말을 하고 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고 말이다. 2024가 없다고, 내 인생에 없는 해로 두었던 사람이.
난 요즘 죽니사니 하는 생각은 거의 안 하고 있다. 생각보다 내가 몰랐던 사실들이 참 많았고 내가 몰랐던 나도 많았다. 좋은 것도 안 좋은 것도 있고 심리상담을 들으면서 과거 트라우마로 내가 계속 같은 관계를 맺어 고장 나서 사회생활에 한계가 있음을 알았다. ADHD가 있어서 약을 먹으며 긴 호흡을 연습하고 있다. 거의 모든 순간에 내가 이러고 싶어서 이러냐, 과거 내가 만난 최초의 어른들이 이랬는데,라고 억울해하다가도 다시 할 일을 찾아간다.
특별하지 않아서 죽고 싶었는데 특별하지 않아서 상쾌했다. 의외의 나의 모습들을 알았다.
나는 일에 생각보다 욕심이 없었다. 사무보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느낀 바로는, 전 직장처럼 중요한 책임자가 되어 목숨 내몰고 일하는 것보다는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투탁거리고 집에 와서 책을 읽거나 사이드 잡, 취미를 하는 게 행복했다.
생각보다 나는 미친 듯이 살아야 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12월은 띵가띵가 놀았다. 운동도 안 가고 적당히 먹어서 살은 다시 쪘다. 이건 심각하군, 다시 빼야 한다. 그건 인정임.
그리고 나를 빛내는 나의 특징도 있었다. 브런치에서 늘 일기 같은 글을 쓰는데, 1년간 자기 계발 뉴스레터에서 에디터로 활동했었다. 그때 알게 된 나의 특징은 '생산성 툴을 입문자용에 맞게 잘 설명해 줌' 그리고 '직접 겪은 방황으로 사람들에게 작지만 좋은 팁을 줌'이었다. (물론 에디터별로 특징이 다 있다.) 이런 사람이라곤 생각 못했다.
왜냐면 나는 아이티, 코딩 등을 극도로 싫어했고 내 전공이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그런데 지금은 내 주변에서 나처럼 수박 겉핥기로 아이티를 자주 활용하는 사람은 못 봤다. 대부분 전공자, 전문가 거나 1도 모르거나. 그래서 나는 1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2까지 아는 사람으로서 다시 시작해서 콘텐츠를 써주려고 한다.
물론, 갓생러와 거리가 멀어서 뉴스레터는 그만두었다. 곧 취준도 다시 해야 하고. 이 모든 것이
-살아서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 봐서
생긴 거라니. 신기하다.
여긴 내 무대니까 그놈의 두괄식으로 안 써도 되겠지? 결론은 여기 있다. 살 거면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서 게임처럼 살자고. 아이티 툴이고 코딩이고 싫어서 시험도 안 쳤던 기계공학 전공자는 마케팅 부서에서 일하고 다시 공공기관 알바를 하고 있다. 그리고 아이티 툴, 노션, 구글 등을 소개하는 자기 계발 콘텐츠라는 특기를 갖게 되었다. 그러나 브런치에선 이런 글을 쓰고 있다.
빠르게 이번 글도 적당히 마무리하며,
메리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