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다는 핑계로 진짜 아무것도 안 하는 건 아닌지.
한 주가 시작되었고 내게는 한 달이 지났다. 여러 변화가 있었고 결심과 가족과 약속을 한 후에 한 달이 지난 셈이다. 그럼에도 사실 유의미한 결과나 나 자신의 변화가 없어서 부끄럽다. 뭐 취업결과는 내 마음대로 안 되니 자책할 필요는 없다곤 해도(속상하지만) 요 한 달 동안 나는 취업준비 및 직장을 다닌 몇 년간 엉망이 되어버렸던 내 생활과 습관과 여러 의지박약과 조급함과 욕심… 등등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와 같이 지금 무언가를 이뤄내어야 하는데 잘 못 하고 있는 사람에게, 방황이라는 멋진 말 뒤로 그냥 삶을 살아가는 걸 연기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적는다.
…. 는 뻥이고 그냥 내가 심하게 반성하고 다시 결심하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의 경우, 두 가지를 유심히 생각해봐야 한다.
할 수 없는데 하려고 했거나 못 놓았던 것이 있나?
할 수 있는데 핑계로 안 했던 것이 있나?
1. 쓸데없는 집착으로 날린 기회는 없나?
일단 직장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을 해놓고 요 몇 주간 지원하고 떨어진 것은 남들 다 가고 싶어 하는 큰 기업들 위주였다. 여전히 보이는 것에 집착하고 있었군. 물론 아무 데나 들어가고 싶지는 않다만 현재 내 상황에서는 대기업을 넣으면서도 입질이 올만한 더 다른 곳들을 충분히 넣었어야 했다. 왜 이랬냐면
잘 되고 싶었거든
그런데 문제는 잘 되려면 운과 시간이 필요한데 그 모든 것을 간과하고 대뜸 되길 바랐다.
2. 핑계를 댈 곳과 대면 안 될 곳을 구분하지 못했나?
이전 첫 취준을 했을 때는 최종 면접 탈락도 겪고 인턴도 전환 안되고 하여튼 멘탈 지키기 힘든 나날들이었다. 그때 나를 구원해 준 건 아침 6시 반 기상의 루틴. 운동을 하고 모닝 페이지를 쓰고 커피를 내리며 룸메들이 자는 동안 다시 하루를 촘촘히 짰다. 마인드셋처럼 멋진 건 아니고 그냥 그게 내 감정을 잠재우고 행동을 그냥 로봇처럼 할 수 있게 해 줬다.
그게 요 몇 달 안 되더라. 기상이 안 되는 걸 넘어 알람 울리면 1시간 뒤까지 5분 간격으로 잔다. 당연히… 피곤하다. 문제는 조급해지니까 바로 또 하려다가 안되면 또 좌절하고 그냥 자버린다. 안 되는 것에 집착하다 보니 진짜 안 되는 것 같다.
그래서 그냥 할 수 있다고, 한다고 생각했다. 왜 우리가 아침 7시 기차가 있으면 어쨌든 6시 반에는 일어나지 않나. 그렇게 그냥 ‘일어나야 해!’라던가 ‘일어나야지 뭐…’라고 하기로. ‘왜 못 일어날까 나는 왜….’에 핑계 대지 않기로. 하지만 못 일어나는 상황은 구분해야 한다. 예를 들면 하루종일 뛰어다니는 알바를 하는 주말 다음날은 도저히 운동하러 일어날 수가 없었다.
3. 남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나도 그런양 착각하진 않았나?
잘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는데 급급해있었다. 자기계발서에서는 진짜 절망을 맛봤지만 잘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았고, 스펙이 낮았고 공백기가 있었지만 대기업 취뽀한 사람들의 글(심지어 컨설턴트가 쓴 글이라 다분히 그냥 마케팅임에도) 을 보면서 나도 그들처럼 될 수 있다고 착각했다. 아무것도 안 하면서 단순히 그런 힘든 이야기만 머릿속에 집어넣으면서 말이다.
차라리 덕질을 하거나 다른 책을 읽는게 나았다. 세븐틴과 플레이브 많은관심부탁드립니다. 지금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읽고 있는데 아직 어렵군요.
4. 그래, 나는 좌절하는데 빠져있느라 실제로 안 한 행동들이 많았다.
입만 열면 ‘뭐라도 해야죠’라고 하면서 속으로는 하기 싫었다. 나는 불행하니까, 지금 안 풀리니까.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정말 잔인하게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뿐더러 시간과 돈이 소진되면서 더 최악으로 치달았다. 힘들어하는데 에너지와 시간을 다 썼고 이렇게 힘드니까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이야기해 댔다.
그걸 최선을 다해 나를 지원해 준 사람들 앞에서 그래선 안 됐는데.
그렇게라도 말하면 현실을 회피하고 ‘자존감 높이는 법’ 같은 유튜브 알고리즘이나 봐도 되는 줄 알았다.
그냥 나는 고민과 고생하면서 에너지를 쓰기가 싫었나 보다. 무언가를 다시, 제대로, 이전과는 다르게 하려면 고통이 수반된다는 것을 자주 무시하곤 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대로 살고 싶냐고.
음, 그건 절대 아니었다.
그럼 다시 해야 할 일들을 잘 생각해서 정성스럽게 해내야 했다. 방황과 상처 뒤에 숨을 게 아니라 방황과 상처를 대충 뒤에 배치해 두고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