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ul May 15. 2018

열심히 하는 거 알고 있어요.

뜻밖의 곳에서의 위로.

오늘은 수업에서 과제체크를 당했다.

한명내지 두명을 불러서 개인적으로 무엇이 부족한지 교수님께서 직접 체크해주시는 과정이었는데, 오늘은 내가 불렸다. 

그러다가 우연치 않게 내 과제 점수를 보았는데, 분명히 정확한 마감기간에 제출한 과제칸에 점수가 적혀있지 않았다!

괜히 불안해졌지만 교수님이 설명을 시작하시는 바람에 잠자코 있다가 틈을 내서 여쭤보았다.

죄송한데 제 점수 다시 한번 확인해볼수 있을까요?

이미 얼핏 봤을때, 주변 다른 사람들보다는 좀 낮은 점수대라서, 딱히 내 점수에 대한 초조함보다는 그저 그 공란부분이 신경쓰였을 뿐이다. 뭔가 문제가 있는걸까! 그렇게 내 점수를 확인하려는데 교수님이 입을 여셨다.




항상 열심히 하는 거 알고 있어요.

이거 잘 보면 점수가 조금씩 오르고 있어요.

과제제출은 앞으로 많이 남았으니까 점점 더 좋아질거에요.

그래서 좋은 결과가 나올 거에요.

롸?

하고 넘어갔다.

바로 과제에 대한 피드백이 쏟아졌고, 정신없이 다른 수업들까지 마치고 할 일들을 하고 곧 여름이 될거라고 알려주는 바람을 맞으며 귀가했다. 그런데 왠지 계속 그 말이 떠올랐다. 이게 뭐라고 실실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딱히 무언가를 인정받은 것도 아니고, 인정받은 기분에 웃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건 확실한데, 뭘까.

간단하다. 위로다. 위안이다.


세상이 내 것이라는 게 실감날때는, 지금처럼 예상치 못한 곳에서 위로가 찾아와 줄 때.

정신없는 나날들에 지쳐만 가고 있다. 

열심히 하는 사람들 사이에 있다보니까 더 지치는 것 같다. 내 '열심히'는 그들에게 대충 하는 것 만도 못한 노력이니까. 하지만 난 결국 그런 그들 사이에서 점수를 받는 입장이므로 참 초라하기 그지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여기서 더 열심히 할 생각은 들지 않지만. 그냥 내 능력이 여기까지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알고 있지만 대인배는 아니라서 갑갑할때가 참 많다. 세상, 이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어도 불안하다. 정말 이런 내가 자리잡을 곳이 있을까? 살아있는 한 희망이 있는걸까? 나는 내가 모르는 새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걸까? 좋은 결과가 나올까?

인생에 결과란 없다. 굳이 나아가지 않아도 어떤가. 딱히 의식해서 열심히 하지 않았음에도, 지나가보면 결국 매 순간 최선을 다해왔을 우리들에게.

매거진의 이전글 열정따윈 없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