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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 May 18. 2018

나만 참으면 될 줄 알았지.

참고 있었는데 나한태 왜 그래?

참다가 병이 났다.

덕분에 잠도 못 자고, 계속 누가 날 놀래키는 것처럼 흠칫흠칫 놀랬었고, 긴장때문에 1분 1초가 힘들었다. 그래, 나만 참으면 될 줄 알았지. 내가 아무말 안 하면 저 새x들이 자기들끼리 정신승리하다가 끝날 줄 알았다. 일찍 온 대신 일찍 간다는 나의 말에 그들이 한 말.

"내가 허락했나요? 철경씨가 지금까지 해온 게 뭔가요?"

호오. 압박면접관인줄. 내 교수님인줄. 충고를 주는 위치에 있는 사람인줄. 

그런 주제에 본인은 무엇을 해 왔단 말인가. 내가 그 분야에 잘 못한다고 나에게 "우리과 맞아요?"부터 내 의견 무시하기, 내가 해온 자료 필요 없다고 폄하하기, 내가 자료 한번 재촉했다고 몇분동안 장문의 카톡으로 열폭하기, 발표 30분 전에 발표자료 못 보내겠다고 징징거리기.

자기가 잘 할거라고 했던, 그런 이유로 날 무시했던 것은 전혀 하지도 않고 다른 조원에게 맡기기.

안타깝게도 나는 정말로 '나만 참으면 돼'라고 생각해왔기에, 적절한 반응을 하지 못했다. 그놈처럼 똑같은 공격을 하기보다는 방어하기에 바빴다. 물론, 방어하는 태도는 '네 말이 다 맞을 성 싶더냐'같은 태도로 했지만, 지나고 생각해보니 별로 그쪽에게는 타격이 없었을 것 같고, 보이는 태도야 의연했겠지만 머릿속으로는 나도 공격을 할까 생각하다, 하게 되면 엄청나게 진흙탕이 될 것 같아서 마지막 남은 이성을 붙잡는 둥 대환장파티였다.  거기서는 내 편이 아예 없었다. 아니, 내 편이 문제가 아니라 명백하게 민폐를 받고 정신적인 피해를 받았던 내가 오히려 그놈에게서 민폐 취급을 받으니까 화가났다.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말을 하자, 신기하게도 나이대별로 그 반응이 달랐다. 내 또래 친구들은 좀 더 답답해했고 하지만 이해한다는 반응, 엄마와 그 또래 분들은 나의 대처(?)를 올바르다고 해주었다. 아마 사이다를 원하는 친구들과, 큰 문제는 안 일으키는 것이 좋다는 어른들의 차이일 것이다. (물론 친구중에는 후자와 비슷한 반응을 해준 친구도 있었다.) 차이는 있었지만, 결론은 같았다. 억지로 무리해서까지 참을 필요는 없다. 네가 괴롭다면. 

참기만 해서는 안되고, 너 자신에게 정직하라.

속에서는 열불이 나도 이 표정으로 버텨봤자 상대방은 알아주지도 않는다.

이것을 일깨워준건 그 조원에게 고마워해야하나. 참는 것도 어느정도의 선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딱 봐도 상대는 그대가 참아'주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라면 더더욱. 물론 내가 아직 회사를 간다거나 하지 않아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회사도 아닌데, 그보다 더 중요한 일도 아닌 그저 일개 같은 학부생과의 마찰에, 그냥 하나의 수업일 뿐인데. 여기서 상대방에게 그 정도의 힘을 주고 싶지 않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너는 날 화나게 할 힘이 없어!'라고 마이웨이를 하는 거지만. 그게 안 되면 일단 공격이 오면 방어만이라도 제대로 한다. 아니, 방어를 하지 못하더라도, 무리하면서 참지 말자. 요즘 그것을 느꼈다. 이 참지 않는 방법에는 그냥 화를 내는 것 뿐 아니라, 진정으로 거기에 신경을 끄는 것도 있는 것 같다. 물론 이건 인생이나 감정컨트롤에서 만렙인 분들이나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그 정도로 나는 성장하고 싶다. 그렇다면 인생이 좀 더 즐거워질거라는 아는 분의 말씀. 나는 나에게 오는 공격을 피하지 않고 받아치고, 그 이후에는 그 일에 관해서는 전혀 생각도 안 하고 싶다.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어도 결국 어제 오늘 계속 그 일을 생각하고 있지만. 이제 최대한 그 사람들과 같이 있지 않는 시간에는 이 관련된 일들은 머릿속에서 지우고 싶다. 아니면 차라리 소리를 지르면서 화를 내서 풀고 싶다. 어떻게 해야 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그것들이 내 시간과 감정과 에너지를 뺏도록 하고 싶지 않다. 하찮은 것들이 나의 귀중한 감정을 휘두를 힘을 갖게 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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