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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 May 19. 2018

오늘따라 버티기가 힘들다.

유독 오늘.


잘 알고 있는 사실에 지칠 때가 있다.

그냥 지치는 것이 아니라 더 버티기 힘들 정도로 지칠때가 있다. 딱히 무리해서 버텨온 것은 아닌데 오늘따라 사무치게 그냥 울고 싶을 정도로 허무하고 허탈하다. 그러면 울면 되는데 딱히 울음이 나오지는 않고, 이런 일에 울기엔 너무 많이 겪어서 딱히 울 기운도 남아있지 않다. 그리고 그 사실이 다시금 비참해지면서 다시 울고 싶은데 울음이 나오지 않는다. 악순환이다.


내가 미성숙해서 그런지, 아니면 운이 없는건지. 나는 1년에 한번꼴로 꼭 '어떤사람'을 만난다. 


그 '어떤'이란, 지금까지 아무 문제없이 잘 지내다가 갑자기 약속에 잠수를 타버리고는 연락이 끊기는 사람이다. 한번, 가장 친했다고 생각했던 친구에게 당한 이후로, 1년에 한번은 꼭 그런 사람을 만난다. 그런데 생각할수록 화가 나는 게 있다. 나는 그 사람이 그런 사람일지는 전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1년후에, 또 그런 사람이 나에게 다가온다고 해도, 나는 그 사람에게 최선을 다 하겠지. 그리고 또 잠수타는 꼴을 볼 것이다. 또 허탈해지겠지.

내 주변에 왜 이런 사람들이 있을까?

내 잘못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모두가 그런 것도 아니지만 일정한 간격으로 꼭 한번씩은 그런 인간이(호칭이 사람에서 인간으로 하강함) 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은 안 그럴 것 같다가 갑자기, 라기보다는 어느 순간부터 묘하게 약속을 잡는 태도가 싸해진다. 그리고 느낌이 맞아 떨어질 무렵, 딱 일어난다. 이쯤되면 내 전공을 바꿔도 될 것 같다. 

내가 이런것에 유독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약속이나, 시간을 지키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본인이 예민한 부분이 있고, 내 생각에는 약속을 한 상대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아닌가? 맞다. 하지만 그게 아닌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가끔 궁금해지는게, 이런 사람들은 본인과 똑같은 사람을 만나면 어떤 반응을 할까? 화를 낼까? 아니면 본인도 그걸 까먹을까? 어떤 반응이든, 속 편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은 부러운 것이다. 그리고 아마 나는 평생 그렇게 살지 못 할 것이고, 그러고 싶지도 않다.


오늘따라 내 옆에 당장 내 사람들이 없는 것이 사무치게 슬프다. 의식하지 않았는데, 의식하니까 너무 고독하다. 외롭다기보다는 아프다.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까 싶다가도, 귀찮다. 힘이 벌써 빠진다. 원래 일찍 잠에 들 생각이었는데 이런 저런 생각에 눕지 못하고 어슬렁거리다가 결국 이 시간이다. 당연하다고 생각한 사실이 왜 이렇게나 받아들이기 힘들까. 오늘따라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 아니라, 미루고 미루다가 갑자기 내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큰 감정으로 내게 썬더롤링 같은 힘으로 달려오는 건가. 하지만 자고 일어나면 또 이 느낌은 지나갈테고, 나는 정신없이 일상을 보내겠지. 


사실 색칠할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그냥 한번 색칠을 해 봤다. 생각보다 맘에 든다. 그런데 새삼스럽지만, 나 너무 하늘 그리는 패턴 비슷한거 아냐? 저 구름 말고는 그릴 수 있는 구름이 없나보다.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천천히 그려보면, 다른 모양의 구름도 그릴 수 있게 되겠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예전보다 좀 더 잘 채색이 된, 그리고 모양은 똑같은 구름들이다. 하지만 채색이 마음에 든다. 오늘은 이걸로 만족해야지. 삶의 모든 문제도 이렇게 간단하게 만족할 수 있으면 참 좋을 것 같다. 언젠가 내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떠날 것을 믿는다. 그게 오늘따라 받아들이기가 참 쉽지 않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지금 내 곁에 없다는 것도 참 힘들다. 당연한건데, 왠지 괴롭다. 

이 허탈함을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날이 과연 오기는 할까? 그게 가능한 사람이 있기나 한가? 만약 있다면 비법이라도 전수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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