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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 Jun 07. 2024

미래의 내가 살아있길 바라며 발행했던 덩어리들

뭣 같은 인생을 살다보니 브런치북이 완결되어버린 이야기.

어제부터 <뭣 같은 인생, 살고 있습니다.> 브런치북의 글이 올라가지 않았다. 내가 브런치북과 매거진의 차이가 뭔지도 모르고 그냥 발행할 글을 휘뚜루마뚜루 준비했다가 알고보니


브런치북은 최대 30개의 글만 발행이 가능하다!

는 사실을 어제 알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수정은 pc에서나 가능하다길래 와 이거 클났네;;어떻게해야하냐;; 하다가 약속에 본가에 연차에 모든게 겹쳐서 글이 고대-로 임시저장에만 그치게 되었다.


그래서 그 브런치북을 마무리하지 못한게 아쉬워, 이 브런치북을 마무리하면서, 내 브런치에 대한 이야기와 그 브런치북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적어보고자 한다.

https://brunch.co.kr/brunchbook/fu26mylife



이 브런치북을 쓰게 된 계기는 따로 없다. 내가 설정한 독자는 딱 한명인데, '삶을 포기하지 않고 일단 살고 있는 미래의 나'이다. 모든 것이 질리다 못해 이제 세상에 그 어떤 호기심도 일지 않을때. 어차피 또 전직장의 사람들같은 새끼들만 만날거고 내 일은 안 될거고 자소서를 100개를 써봤자, 면접을 가봤자, 살아 있어봤자 이 상황은 상수함수마냥 그대로일 것이기에. 유일한 변화는 '종결'밖에 없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아주 실낱같이 '그래도 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나는 그 아주 작은 마음에 도박을 걸어보기로 했다. 정말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고 세상을 나도 살아가도 되는지 말이다. 12월이 되기 전, 어드벤트 캘린더를 사서 사진을 찍었다. 초콜릿을 하나씩 꺼내 먹었다. 내가 2024년을 맞이하길 바랬으며, 죽음을 선택하는 행위를 하루씩 미루길 바랬다. 이 브런치북은 비슷한 느낌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지금은 2024년의 6월이며 어느 쪽이든 직장이든 직업이든 알바든 원하는 곳으로 나아갈 것임을 확신했다. 익히 아는 공개니 수시채용이 너무 문이 좁다보니(늘 취업은 힘들었고 나는 코로나 직후 취직 세대라 더 악화될 일은 없어보였는데, 올해가 진짜 불가 시즌이었다.) 아예 다른 길을 가고자 했다가 해결책을 찾았다.


지금의 나는 살집을 커버하는 옷을 찾지 않는다. 과체중 여자의 오피스룩 코디를 찾고 있다. '살을 빼고 나면 입어야지' 라고 생각하는 스타일들은 있다. 물론 내가 10키로 넘게 살을 빼도 여전히 과체중이긴 하고 한국 여자이기에 나 자신도 남들에게 받는 시선도 이 몸집에 대해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지금 이 몸에서도 충분히 멋있게 입을 수 있지 않은가? 행복할거면 지금 행복하기로 했다. 월급을 받으면 조금씩 여러 스타일을 시도할 것이다.

지금의 나는 새로운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고 하지 않는다. 지금의 나는 기존의 인연들이 아무리 괴롭고 외로움이 무서워도 억지로 잇지 않는다. 앞으로의 삶에서 또 엄청난 일들이 몇년간 생겨날 것을 부정하지도 않는다. 늘 이렇게 죽을 것 같은 몇년이 지나면 살만한 몇년이 잠시 나오곤 했다. 이런게 살아가는 거구나, 괜히 사람들이 인생이 파도라고 비유하는게 아니었다.



이 브런치북은 처음에는 살기로 마음먹은 나와, 나의 모든 것을 부수기 위해 출근했던 모지리 40대 회사원 몇명을 마음속에서라도 죽이기 위해 시작했다. 미래의 내가 제발 이 글을 읽고 있길 바라면서, 내가 미래에 존재하고 있길 바라면서.

물론 예의상 몇만년 살면서 후대와 지구에 민폐끼칠 생각은 없다.

그런데 적다보니 나와 같은 일을 겪은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와 깨달음 혹은 자그마한 팁이라도 알려주고 싶었다. 우울증과 adhd가 어렸을때부터 있던 사람이 안 맞는 이 들들볶는 한국 사회에서 욕 오지게 먹으면서도 나도 욕하면서 살아가는 그런 이야기들 말이다.


그래서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적었고 인내심을 가져야 했던 이야기도 적었고, 망한 청춘이 덜 망하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하는 방법도, 그냥 아무 글도 마구 적었다.  애초에 내 브런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 위한 글따윈 없었고 나의 많은 생각과 절망들을 토해내고 게워내기 위한 용도이고 지나가던 사람이 마음에 들면 잠시 커피 한 잔 하며 그 글을 읽어주길 바랬기에 컨셉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꾸준히 몇년째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놀랐다.


감사하긴 하지만...

시간을 조금 더 유용한 곳에 쓰시는게..좋지 않을까요..?요즘 브런치에 대기업 출신 인사팀들 많고 뭐 인공지능 이야기 쓰시는 고학력자들도 많더라구요...?


하지만 그럼에도 이 글에 시간을 쓰고 몇년째 유지해주는 사람들에게 고마웠다. 도움이 안 될 것은 알았기에 킬링타임용이라도 되면 좋겠다 싶은 마음이다. 물론 그 마음과 별개로 딱히 노력하는건 없고 그냥 글을 싸고 올릴 뿐이다.


그냥, 이런 사람도 사는데 나도 죽음을 미뤄볼까.


이런 생각을 누가 했다면 기쁠 듯 했다.


미디어뿐 아니라 너무나도 바로 옆 녀석조차 한국인 특 : 뛰어남 에 뒤쳐지지 않는 사람들 뿐이다. 10년 전에도 2천대 연봉이었는데 여전히 2천대 연봉을 고학력 대졸 신입사원들이 받고 있으나 서울에서 혼자 살려면 그 연봉으론 택도 없다. 수도권에서 태어나고 부모님과 같이 살아서 월급은 용돈 정도로만 쓰지 않으면 말이다. 블라인드에 보면 대기업, 증권사 동년배들은 1억을 받는단다. 그 대기업, 증권사 동년배들이 가족/친구/대학 동기/선배 들에 포진되어 있는 '폼생폼사'인 나는 당연히 죽고만 싶었다. 착한 친구들이야 그걸 뭐라하진 않지만 정말 저거 말고 가진 게 없던 친구들은 자신들의 기업 스펙으로 날 후려치면서 우스워했기 때문에 더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었다.


물론 저를 후려치셔봤자 남을 건 없습니다만. 애초에 직장으로 후려칠거면 내가 자기들보다 스펙적인 부분에서 훨씬 허접한건데 굳이 후려치실 이유는 무엇인지?


이제 나는 그런 새끼..아 미안 아직 친구인 그 분들을 이해하려 들지 않고 거리를 둔다. 기분 나쁘다는 말도 하지 않는다. 정이 있어야 하는거지 그냥 평생 그렇게 우습게 살면 된다. 그런데 너 친구 없냐? 그렇게 스펙가지고 사람 후려칠거면 너랑 비슷하거나 너보다 잘난 사람들한테 가서 그지랄하고 끼워달라고 하면 되는거 아니냐? 난 너 말고도 친구 많은데... 아 미안 진짜 없구나. 원래 사실적시를 하면 안된다.


그래, 나는 이 글을 쓰면서 살아남고 다시 살아가는 궤도에 오를 동안 전투력을 키웠다. 남을 때리는 전투력 말고 내 마음속으로 나를 지키는 전투력 말이다. 면접에서도 '아니면 말아'는 식으로 예의있지만 맞추려고 하지 않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앞에선 웃었고 뒤에선 '개진상새끼' 하고 말았다.


지금 이 거지같은 세상에서 자기탓만 하고 있는 누군가가, 이기적이어도 좋으니 차라리 남탓을 하고 자신의 유일한 편이 되어주길 바라며.


그렇게 썼던 그 브런치북은 이제 끝났다.

뭣같은 세상, 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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