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내가 바꿀 수 있는 내 생활이 5분이라도 있다면,
내 삶의 통제력을 잃는다는 것은.
제동장치를 걸어놓아.
20대 초중반, 나의 미션이었다. 내가 내 삶을 어떤 식으로라도 놓지 않도록. 살 수 있도록 여러 제동장치를 걸어놓아야했다. 안전장치라고도 할 수 있겠다만, 어쨌든 어떻게든 잘 지내고 깔끔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뭐 그런거 말이다.
그건 학교 졸업이 되기도 했고, 세상 행복한 친구들과의 만남, 새로운 곳으로의 여행, 하고 싶은 것을 위해 지출을 줄이고 저금을 하기 등등. 그러나 매번 디폴트값처럼 걸려있는 일상적인 장치가 있다.
루틴이다.
루틴을 지키면서 나는 그나마 나 삶에 통제력을 갖고 있다고 안심할 수 있었다. 내가 비록 좋은 곳으로의 취직이나 어디서 떨어지는 돈이라던가, 경제활동이 활성화 되어 일자리가 많아지거나, 한국의 인권의식이 성장되어 나같이 되바라진 여자도 잘 적응해서 일할 수 있는 그룹으로 들어가거나. 이런 것들은 안타깝게도 내 통제 밖이었다. 내가 아무리 성격을 고치고 다이어트를 하고 스펙을 올리고 자소서 100개를 써도 운이 안 좋으면 내 밖의 상황은 내가 통제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물 한잔은 마실 힘이 내게 있지.
가능하다면 예쁜 컵에 물을 담아서 창 밖을 보는 5분 정도의 여유를 위해 5분 일찍 일어날 수도 있었다. 그러면 내 세상의 대부분이 운과 내 통제 밖의 뭣같은 것들 뿐이었음에도 내가 결정하고 좋게 만들 수 있는 요만한 아주 아아주 요만한 것이라도 있는 셈이다.
f사의 무화과 크림치즈는 나의 아침 의식이다. 거의 뭐 세레모니. 베이글을 녹여서 구우고(여러분 물이 반쯤 든 컵 위에 베이글을 걸쳐올리고 30초씩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몰랑몰랑해집니다 과학이란!) 제법 비싼 그 크림치즈를 하나씩 올린다. 친구들과 살던 취준생때는 아침 해를 보고 산책을 한 후에 아직 입김이 나는 추위를 뚫고 식빵 맛집에 가서 갓 구운 식빵을 사왔다. 드립커피를 내려서 따뜻한 식빵에 잼을 발라 먹으면 아직 내 삶이 나에게 달려있는것만 같은 착각을 주었다.
그런 착각이라도 절실한 시기가 있다. 평생 그렇게 착각만 하고 살아도 좋을 정도로 아침의 커피와 자기 전의 글쓰기, 친구들과의 수다, 가족과 여행은 즐겁고 소중하다. 세상은 더럽고 힘들고 불공평하고 나는 내 옆의 대학 동기보다 훨 낮은 임금을 받고 좋지 못한 대우를 받고 계급이 나눠져 있어서 누군가는 갓 성인이 되자마자 집을 사고 훌륭한 상을 받고...그래서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보는 내가 패배자인게 '사실'이더라도.
그렇더라도 야근 후에 운동 가는 사람은 멋진걸?
내일은 아침에 책을 읽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