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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 Jul 09. 2018

약속

타인과 함께하는 행동에 너무 큰 부담을 갖고 살아왔다.


친구의 깔끔하고도 굳이 핑계를 대지 않는 솔직한 거절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내가 이런걸로 민망해하지는 않을거란 걸, 그 친구는 잘 알고 있었나보다. 이렇게 친한 친구의 거절도 막상 당하니 별 생각이 안 드는데, 그보다 덜 친한 남들의 거절은 왜 두려워했을까. 

애초에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기준을 세우고 그에 맞추려는 것도 힘들지만 무엇보다 그 기준을 측정하고 허락하는 힘을 남에게 준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정작 나는 누군가가 나에게 그런 힘을 준다면 너무 막중한 책임감에 도망가 버릴 것이다!)

주변 사람들의 모든 행동이 나를 평가하는 것만 같다. 인간관계 뿐 아니라, 잘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모든 것들을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런 의도도 없고 내가 그렇게 느낄것도 없다. 애초에 정상적이고, 평균적인 기준이란 무엇인가? 그것도 모두에게 적용할수는 없겠지. 나도 마찬가지이고.

지방의 집에 내려와서, 남들은 나에게 스펙을 쌓고 알바를 하고 친구를 만나고 대인관계를 넓히라고 하지만 나는 혼자 내가 좋아하는 카페에 와 있고 내일은 혼자 도서관을 갈 것이다. 그리고 사람이 만나고 싶어질때쯤 스멀스멀 남들에게 연락을 하겠지. 거절당하더라도 순간 민망하고 섭섭하겠지만 또 다른 연락이 닿을 테니까. 공부든 뭐든, 나 자신이 진심으로 원할때 집중해서 하게 될 거니까. 지금은 남들이 보기엔 한심하겠지만 푹 쉬고 빈둥거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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