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ul Aug 02. 2018

너의 기분 내가 책임져주지 않습니다.

기껏해야 네 친구인 나에게 뭘 원하냐.

네가 행복해지려고 가는 여행에 동행자의 기분이 좋지 않을까봐 전전긍긍해 하지 마.

지금 나는 친구들과 짧은 여행을 앞두고 있다.

같이 가는 친구 중 한명이 무언가 제안을 하면 맘에 안 드는지 틱틱거리고 정작 본인이 원하는 것은 말하지 않는다. 그래, 딱히 원하는 건 없지만 다른 친구들의 제안이 맘에 안 들수도 있다. 중요한건, 우린 초등학생이 아니라고! 요즘 초등학생들도 그렇게 지멋대로 사람을 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말을 하기 전에 상대방을 생각해서 표정, 단어, 억양,타이밍 등을 골라야 하는 아주 간단한 것을 왜 모르는 걸까. 우리가 한번 보고 말면 모를까, 여행을 계획할 정도라면 적어도 그 친구는 우리가 싫은 것이 아니다. 친구를 감정쓰레기통이거나 자기 기분을 맞춰줘야 하는 사람정도로 착각하고 있다.

그렇게 여행 전에 엄마에게 징징거렸더니, 이런 말을 해 주셨다. "네가 기분좋게 여행 다녀올 생각에만 집중해" 그래. 예전에 잘 안 맞는 친구와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었다. 그 친구는 지금 친구가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을 함부로 대하고 그냥 어린애같았다. 하지만 그런 친구와 다녀왔던 여행에 나는 즐거웠고 지금도 그 여행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 친구가 여행에서 내가 몰랐던 배려있는 모습이 포터졌느냐? 아니다. 그 때, 그 친구! 를 생각하면 여전히 기분이 좋지 않다.

나는 그냥, 내 여행에 집중했었다. 그 친구는 이제  나에게 중요한 사람이 아니게 되었다.

그래서 그 친구가 기분이 나쁘든 좋든 그건 내 알바가 아니었다.


그저 그 여행지의 분위기, 맛집,카페가 좋았다. 즐거웠다. 여행을 또 가고 싶었다. 그 친구가 거기서 어떤 섭섭함을 느꼈다고 투덜거려도 그건 나에게 연필깎이의 위치정도의 가치를 가진 정보다. 그리고 나는 거의 10년째 샤프만 쓰고 있다. 자신의 기분이 안 좋다는 것을 어필하고 싶으면 상대방도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인지했어야지. 내가 네 부모도 아니고 너는 이제 5살을 넘지 못한 애도 아니다. 그러니까 나는 네가 어떻든 상관이 없다. 상관이 있을 시기가 지나고 말았다. 너의 기분은 내 알 바가 아니다. 진작 잘 했어야지 정이 떨어지기 전에. 나는 내가 즐거운 여행에 집중할 것이다. 할 말이 있으면 하고, 네가 나를 화나게 하면 화를 낼 것이다. 그리고 즐거운 생각에 콧노래를 부르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사진을 찍어야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