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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 Jul 14. 2018

친구와 즐겁게 여행하기 위함.

여행을 가자.

최근에 다녀와놓고는 또 다른 여행계획을 세우는 중이다.

나는 여행제안도 친구에게 많이 하는 편이고, 반대로 여행제안도 많이 받는 편이다. 내가 여행제안을 할 때는 정말 특별한 한두명을 제외하고는 '이 친구랑 꼭 가고싶다!'가 아니라, '여길 가고 싶다!'는 안일한 마음인 경우가 많다. 반대의 경우는 글쎄.... 내가 그 친구들이 아니라서 잘은 모르겠는데 내가 만만해서(?) 나에게 여행제안을 하는 건 아닐까? 아니면 내가 일본어를 공부하고 있는 중이라서 내가 가면 언어의 장벽이 느껴지지 않을 거라는 효율적인 판단 하에 일본여행을 같이 가자는 친구들도 있을 것 같다. 

항상 이런 분위기로 세상을 살아서 나랑 있으면 즐거울거라는 착각을 하고 있는걸까!

참 특이하게도 내가 여행제안을 받는 친구들과 내가 같이 여행제안을 하는 친구들은 보통 일치하지 않는다. 슬프지만 친구라는 관계가 참 어렵다는 것을 이럴 때 느낀다. 물론, 가기 싫은 친구랑 억지로 간 적도 없고(돈과 시간을 왜 그런곳에 써야 하는 걸까!) 내가 같이 여행하고싶은 친구에게 먼저 제안을 해서 잘 다녀왔고, 거절당하더라도 많이 섭섭해한적도 없다. 그리고 여행중간에 싸워서 여행때문에 친구와 사이가 안 좋아지는 경우도 많다고는 하는데, 나는 아직까지는 없다. 여행중에 새로운 모습을 알게 된 경우는 있지만. (그게 좋은 점이든 안 좋은 점이든) 여행중에 그 친구와 섭섭한 일이 생겨도, 왠만해서는 서로를 잘 알고 있는 상태가 많아서인지 '여행때문에' 사이가 틀어지진 않았다. 틀어지려면 그 전에 이미 어느정도 포기한 경우? 정확하게는 원래 그 친구가 그런 친구임을 잘 알고 있었다. 친구들과 다녀온 여러번의 여행에서 느낀 점들을 소소하게 적어보고자 한다.


여행가기 전

1.서로가 어떤 여행을 가고 싶은지 미리 충분한 상의를 한다.

친구의 모든 계획을 이렇게만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인터넷에서도 많이 돌아다니는 것 있지 않나. 돈은 어떻게 할 것인지, 숙소는 게스트하우스냐 호텔이냐, 비싸더라도 맛집가냐 아무거나 먹냐, 계획은 유동적이냐 고정이냐,교통은 버스냐 기차냐 저가항공이냐 아니냐.등등.

이런 것들도 중요하지만 내 생각에 그 외의 것들, 정말 세세하고 tmi스러운 것들도 정말 중요하다. 가끔 나보고 오버한다는 친구들도 있긴 한데 싸우는 것 보다는 오버하는 게 낫다.

나같은 경우는 일단 계획을 세우되, 계획대로 100%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고, 맛집이나 카페를 주로 가는 힐링 여행을 좋아한다. 그리고 하루에 너무 많이 돌아다니고 싶지 않다. 

이런 여행이다. 

하지만 어떤 친구는 스카이다이빙이니, 국토대장정이니 굉장한 체력을 요구하는 여행을 원할때도 있다. 최대한 조절하긴 하겠지만, 너무 안 맞으면 그냥 계획 무산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다. 돈, 시간, 내 정신 다 들여서 뭐하러 가기 싫은거 억지로 하려 하는가? 솔직하게 이야기하자. 우린 여행 스타일이 너무 안 맞는 것 같아. 서로 다른 친구랑 가는 것이 좋겠어. 이해할 사람은 이해해줄 것이고, 섭섭함을 느끼는 사람은 섭섭해 할 것이다. 중요한건 여행은 나를 위해 가는 거다. 남의 반응을 신경쓸수밖에 없긴 하지만, 예측하려들지는 말자. 

2.자존심 높고 자존감 낮은 친구랑 여행가면 안된다.

자존감은 나도 낮다. 내가 이 구역의 자존감 쓰레기이다. 양보할 수 없다. 하지만, 그냥 자존감이 낮은 정도가 아닌 이런 친구들이 가장 힘들다. 일단 계획짤때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하지 않다가 다 짜고 나서야 투덜대듯이 원하는 것을 털어낸다. 이건 괜찮다. 이런 친구들과 여행했을때 가장 답답한 경우는 '본인들이 원하는 것을 말하지 않아도 남들이 알아주길 바래서' 옆에서 아무말도 안 하고 자기 혼자 이 세상의 고독을 다 안고 있는 오오라를 풍기고 있을 때다. 섭섭한 것을 말하면 자신의 자존심에 금이 간다고 생각하는 걸까. '쿨한 사람'이 되지 못한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 물론, 본인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들은 다 그 친구가 쿨하지 않은 사람이란걸 잘 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 자신이 말투나 분위기로 옆 사람에게 시비란 시비는 다 걸어놓고 참다 못한 다른 사람이 화를 내거나, 뭐가 힘드냐고 물어보면 꼬리를 만다. 차라리 끝까지 싸우던가. 괜히 말 먼저 꺼낸 사람을 나쁜사람 만들어놓고 본인은 '아냐 너 기분나쁘게 할 생각은 없었는데...'하면서 피해자코스프레한다. 자신이 잘못한 것을 모르는 걸까. 그렇다기엔 백프로 이런 사람들은 남에게 똑같은 짓을 당하면 화낸다. 굳이 여행뿐아니라 그냥 가까워지지 않는 것이 좋은 사람들이다. 

여행 중

1..섭섭한것이나 원하는 것이 있으면 기분나쁘지 않게 상대방에게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랑 일본을 자주 가는 친구가 있다. 나와 이 친구의 공통점은 식성, 체력,여행스타일 등등. 여행하기에는 최적화된 사이지만 가장 중요한 공통점은 여러의미로 둘다 둔감하다는 것이다. 나에게 이 친구가 던진 나쁜 말이 의도치 않게 튀어나왔음을 잘 안다. 그래서 별로 기분상해하지 않는다. 기분이 상할 경우는 꼭 말을 한다. 

나는 머리를 말릴때, 동영상을 보면서 말리곤 하는데 머리를 다 말릴때쯤 그 친구가 통화를 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내 딴에는 통화를 편하게 하라는 의미로 계속 이어폰을 끼고 동영상을 봤는데 알고보니 그 친구는 통화를 끝낸지 한참 뒤였다.

"너 계속 이어폰끼고 영상보고 있어서 서운했어."

그 친구의 눈길을 뒤늦게 눈치챈 내가 이어폰을 빼자, 친구가 말했다. 나는 횡설수설하면서 통화를 끝낸 줄 몰랐다고, 미안하다고 했다. 그냥 짜증낼 수도 있었을텐데, 귀엽게 말한 그 친구가 고마웠다.

그리고 내가 자기랑 대화를 안 해서 삐진건가? 귀여운 자식.하는 생각도 들었다.

흐흫 귀엽기는.

우리 둘은 다시 룰랄라거리면서 여행을 계속해왔다. 여행을 준비하는 시점부터 끝난 시점까지 내가 가장 덜 스트레스받는 친구이다. 물론 이 친구 성격이 워낙 좋아서 나만 그 친구에게 편안함을 느끼는 것일수도. 왜냐면 나는 프로 소심러이니까.

비슷한 맥락으로,

2.참아야 하는 건, 화가 아니라 불평 불만이다.

적절한 시기에 화 내는거, 엄청 중요하다. 나는 좀 감정이 더디게 올라오는 편이라서 화를 낼 타이밍을 자주 놓치곤 하는데, 그래도 여행 중이나 계획중에 화가 정말 나고 계속 그게 분하다면 화를 내는 것이 맞다. 굳이 여행때가 아니더라도, 이미 내가 누군가때문에 기분이 상하고 화가 났다면, 화를 언제내든 뒤늦거나 갑작스러운 것은 아니다. 언제든지 낼 수 있다. 

그래도 여행중에 화를 낼때 나름대로 정해놓은 규칙이랄까 가정이 있다.

'왜 화가 났는지 말한다', '그것때문에 실망했고 섭섭했다는 단어를 꼭 말한다. 뉘앙스로 전달하지 않는다', '내가 낸 화로 이 여행이 무산될수도 있음을 각오한다. 나는 내가 제일 중요하다','쓸데없이 당당해야한다.'

그리고 절대로 먼저 '불평이나 불만'을 하지 않는다. 만약 한다면 모든 일정이 다 끝나고 일행들이 쉬고있을때.

"야 아까 더워 디지는 줄 알았다. 나 다리 다쳤었잖아 진짜 걷기 힘들더라. 아까 길 잃은데다가 비까지 와서 엄청 기분나쁘지 않더냐? 습습해 완전"

일단 짜증나더라도 '짜증나!'라는 단어는 절대 먼저 꺼내지 않는다. 나만 짜증난 것도 아닐테고 듣는 사람에겐 없던 짜증도 나게 하는 마법의 단어이다. 지금 같이 여행계획을 세우는 친구에게 이 말을 했더니, 그럼 짜증나 대신에 더워!를 하자고 한다.

일단 그 말로 내가 그녀가 덥다고 할 때마다 짜증이 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것 참 tmi.....그리고 덥다는 말을 계속 옆에서 하고 있는 그녀를 상상해보니. 흠 좀 무섭다. 난 아마 그녀가 덥다는 말을 4번이상 할때쯤, 덥다 대신 '덤블링을 하고 싶다'고 말하라고 할 것 같다.

3. 따로 움직이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긴 일정의 여행일때, 아니 짧은 일정이라도 서로 원하는 것이 다를 때는 따로 다닐수도 있다. 

인생은 혼자니까..!...

친구가 아파서 숙소에서 쉬고 나는 다른 곳을 갔다가 나중에 만난다거나, 나는 별로 관심이 없는 굿즈같은 걸 친구가 사려할때, 나는 카페에서 기다리고 그 친구는 다녀온다거나. 외국이라서 둘 중 한명이 그 나라 언어를 잘 못 하는 게 아니라면 잠깐 정도는 따로 다녀도 좋다. 오히려 타지에서 따로 다녔다가 다시 만나면 더 애틋해진달까. 할 이야기도 더 생기더라. 그런데 가끔 보면 절대로, 절대로! 무조건! 같이 다녀야 하는 친구들이 있다. 혼자 못 다니는 사람이면 어쩔 수 없지만 그냥 '다 같이 있는게 좋아서' 그런거면 대화를 잠깐 쉬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도 나쁘지 않다고 말해주고 싶다. 

서로 피곤한데 억지로 붙어서 계속 대화를 하는 게 귀찮은 사람도 있을 수 있고, 혹시 약간의 트러블이 생겼다면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동안 각자 생각을 정리하고 감정을 추스르고 만나서 화해할 수도 있다. 게다가 여행 동반자의 체력이 나와 다르다면 더욱 각자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게다가 요즘 워낙 스마트폰이 잘 되어 있어서 많이 외진곳을 가지 않는 한, 왠만하면 혼자 다녀올 수 있다. 혼자 여행 다녀오는 사람들도 있는걸. 나와 같이 있는게 싫어서 따로 가자는 것이 아니라, 혼자의 시간이 필요해서 따로 가자는 것이다. 너무 섭섭해 하지 말자.

4.사진 찍는 건 어때.

이것도 미리 이야기를 하고 가면 좋지만, 자신의 인생샷을 위해 1보마다 사진을 찍어달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계속 사진을 찍어주는 게 귀찮은 사람도 있다. 나는 풍경도 사람도 음식도 찍는 것을 엄청 좋아해서 친구의 인생샷을 위해 몸을 던질 수 있고 내가 찍히는 것도 좋지만 얼굴 나오는 샷을 찍히는 건 싫어한다. 한두장이야 찍히지만 계속 1분마다 "여기봐~"하면 힘들다. 카메라 앞에서 시선처리를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그렇게 긴장해서 찍히면 셀카 장인인 내 친구들의 자연스러운 미소 사이에 초대받지 못한 손님인 내가 있다.

야이씨 내가 이렇게 찍혔는데 왜 아무도 말을 안 해주냐!

물론 서로의 스타일이 잘 맞으면 제일 좋지만, 아닐 경우에는 어쩔 수 없다. 친구가 찍히기 싫어하는 사진은 몇장만 합의하에 찍고 내가 많이 찍히고 싶으면 그만큼 친구도 많이 찍어주고 열심히 포즈 등을 추천해주자. 내 사진 찍느라 지친 친구에게 고맙다거나 미안하다고 이야기하면 없는 힘도 생겨서 열심히 찍어줄 것이다. 내 기준 이게 제일 어려운 문제다. 나름 잘 찍어줘도 그 친구는 그 사진이 맘에 안 들수도 있고....이건 서로 잘 이해하는게 중요할 것 같다.

여행 후에

누군가가 여행 후기를 쓰는 것도 좋다.

보통 나다. 나는 티스토리에 오사카나 후쿠오카 후기를 올리곤 하는데, 같이 간 친구들이 가끔 들러보며 좋아한다. 나도 적으면서 정리가 되어서 좋고, 친구들도 내가 나라는 티 팍팍 내면서 쓴 후기들을 보면서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 아님말고. 여튼 추억을 상기시키기에는 좋은 방법이다. 언제든지 다시 가고싶은 마음이 들 수 있다. 블로그 주소만 있으면 생각날때마다 볼 수 있고. 그게 귀찮으면 아직 여행 일정에 대한 기억이 생생할때 볼로같은 앱으로 간단하게 정리해보는 것도 좋다. 

귀엽다. 그림도 첨부해준다.

이런저런것도 하기 귀찮을 정도로 피곤하거나 별로인 여행이었다면?

잊는게 제일 좋지만, 어쩌겠는가. 그게 쉬운가! 계속 그 친구가 왜 그랬는지 생각날꺼고, 다시 기분이 나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서로 시간을 둔 후에 다시 만나서 조심스럽게 그때 서운했던 이야기를 털어보는 건 어떨까. 상대방도 섭섭했을수도 있으니까. 만약 저렇게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틀어졌다면....어쩌겠는가. 더 맞는 친구가 근처에 있을 것이다. 사람이 떠나가는 게 꼭 그대의 잘못만은 아니다. 아니면 한번 혼자 여행을 다녀와보는 건 어떨까? 오히려 혼자 가는 것이 그대에게 잘 맞을수도 있다! 모든 건 해 봐야 아는 거니까. 그 친구와 여행은 가면 안된다는 것도 같이 여행을 가 봐야 알 수 있듯이. 

그럼, 이번에도 친구들과 무사히 여행을 다녀올 수 있도록 서로 빌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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