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것들의 온도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내 안에 남아 있었기에

by 성해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언젠가 사라진다.

화려하게 핀 꽃은 반드시 지기 마련이고, 영원할 것처럼 유난을 떨었던 계절도 결국엔 끝이 난다.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언젠간 사라질 것이다.


이별을 피해갈 수 없는 삶의 필연성에 참 많이 두려웠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자연의 섭리에 따라서 사라져가는 것들을 어찌 잡을 수 있을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문득, 깨달음이 있었다. 사라짐은 영원한 끝이 아니라 또 다른 형태로 계속해서 존재하는 머무름이라는 것.


누군가의 따뜻한 미소가 사라져도 그 여운과 온도는 오래도록 남아 내게 영향을 미쳤고

인연을 다한 관계가 사라져도 그로 인해서 새로운 인연을 만날 수 있었다.

이별은 슬픔과 상처를 남겼지만, 그랬기 때문에 내 마음이 더욱 다듬어졌다.

잃어버린 것들은 영영 사라진 것이 아니라 내 안에 형태를 바꿔 존재하고 있었다.


나는 오늘도 잃어가며 배우고, 비워가며 채우는 삶을 받아들이는 중이다.

사라진 것들의 온도를 자꾸 느끼려고 노력하면서

나는 조금 더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으로 거듭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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