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고요해지는 자리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작은 방 하나쯤을 지니고 산다. 그 방은 때로 어지럽고, 때로 고요하며, 열리지 않는 문처럼 굳게 닫혀 있기도 하다. 세상을 살다 보면 그 방을 치우고 싶어질 때가 있다. 시끄러운 욕망도, 오랜 후회도, 이해받지 못한 외로움도 잠시 내어놓고 싶어지는 순간들이다. 동양의 세 가지 사상인 심재(心齋), 허심(虛心), 좌망(坐忘)은 그 방을 정돈하는 데 아주 효과적이다.
첫 번째로 심재는 마음을 재계하는 일이다. 장자는 마음을 씻고 비워 신성한 것이 머무를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했다. 마음의 재계는 거창한 수행이 아니다. 오히려 조용히 호흡을 고르고, 내 안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보는 일에 가깝다. ‘나는 지금 왜 이렇게 불안하지?’라고 묻는 단순한 질문. 그 질문 하나가 마음에 먼지처럼 쌓인 감정의 덩어리를 털어낸다. 심재는 마음의 준비운동이다. 무엇을 채우기 전에 먼저 깨끗하게 비워두는 일이다.
두 번째로 허심은 비어 있는 마음이다. 마음이 빈다는 건 아무 생각도 없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내 안의 갈망, 두려움, 선입견 같은 것들이 한쪽으로 물러나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준비가 된 상태다. 누군가의 말을 판단 없이 들을 때, 풍경을 이유 없이 아름답다고 느낄 때, 상처받은 마음을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다독일 때가 허심의 상태다. 비어 있기에 자연스럽고, 비어 있기에 부드럽고, 비어 있기에 타인을 담을 수 있다.
세 번째로 좌망은 앉아서 잊는 것이다. 여기서 ‘잊는다’는 것은 나를 괴롭히던 집착을 놓아버리는 일이다. 이름, 역할, 결과, 타인의 시선, 책임감의 무게를 잠시 놓아두는 것이다. 좌망의 상태에서는 삶이 나를 밀어붙이던 힘이 조금 느슨해진다. 나는 잠시 ‘무언가를 이루는 사람’이 아니라 그냥 ‘존재하는 사람’으로 돌아간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순간, 오히려 삶은 조용히 나에게 다가온다.
이 세 가지 개념은 결국 하나의 방향으로 이어진다. 불필요한 것을 씻고(심재), 마음의 자리를 비우고(허심), 남는 것을 내려놓는 것이다(좌망).
그렇게 하고 나면 마음의 방은 생각보다 넓어진다. 그리고 그 넓어진 공간에 새로운 빛이 들어올 여유가 생긴다.
오늘 하루는 내 마음속 작은 방을 한 번 살펴보면 어떨까. 혹시 정리되지 않은 감정이 한쪽에 쌓여 있다면, 살짝 꺼내어 빛을 보게 하고, 불필요한 소음이 있다면 먼지를 털어내고, 깊은 숨 한 번으로 마음의 자리를 조금 비워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