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I 미래 배당 도시

<미래 소설>일론 머스크의 미래가 온다면?

by 성해밀


1. 도시는 여전히 출근 시간에 붐볐다. 다만, 바쁘고 붐비는 건 사람 대신 로봇이었을 뿐이다. 아침 7시, 물류 허브의 셔터가 올라가면 은색과 금색이 섞인 로봇팔들이 동시에 움직였다. 하역, 분류, 포장, 배송까지—사람 손은 거의 개입하지 않았다. 관리자는 있었지만, 그들은 일하지 않았다.“감시”와 “책임 서명”만 했다. 나는 그 관리자 중 한 명이었다.



2. 매달 25일이면 국가 배당금이 들어왔다. 정확한 명칭은 AI 생산 배당. 로봇과 AI가 만들어낸 가치에 붙은 세금을 다시 시민에게 나눠주는 제도였다. 월 250만 원. 굶어 죽지는 않지만, 꿈을 꾸거나 풍요를 누리기에는 애매한 금액이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을 골랐다. 일할 수 있는 분야의 선택지는 극히 제한적이었다.


3. 도시는 세 부류의 암묵적 계급으로 나뉘었다.

1️⃣ 시스템 소유자

AI 인프라, 에너지, 로봇 네트워크를 가진 기업과 개인

→ 사실상의 지배층

2️⃣ 관리자 계층

법적 책임자, 감시자, 윤리 서명자

→ 인간이 필요하다는 명분을 유지하는 역할

3️⃣ 배당 시민

아무도 고용하지 않지만, 모두 소비하는 사람들


나는 이 중 2번에 속했다. 구체적인 체제 내용은 많이 바뀌었지만 민주주의는 여전히 존재했다. 선거도 했고, 토론도 했다. 하지만 공약은 늘 비슷했다.

'배당금 10% 인상'

'AI 세율 조정'

'비생산 시민 심리 안정 프로그램 확대'

정책은 삶을 바꾸지 못했고, 삶은 정치에 기대지 않았다. 사람들은 점점 투표를 권리가 아니라 정서적 의식으로 여겼다.


4. 어느 날, 오래된 친구를 만났다. 그는 배당 시민이었다.

요새 뭐하면서 살아?”

내가 물었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냥 집에서 먹고, 자고, 시간 보내지 뭘. 그런데 글은 계속 쓰고 있어. AI가 써주는 글 말고 진짜 아날로그 형식으로 손수 쓰는 글.”

“돈은?”

“배당으로 모자람은 없어. 대신, 글을 쓰는 행위를 멈추면 내가 사라져버릴 것 같아.”

그의 묘한 말이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았다.


5. 그날 밤, 나는 보고서를 쓰다 멈췄다. 로봇은 이미 모든 계산을 끝냈고 내 서명만 남아 있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시스템은 인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다만 인간이 인간이기를 포기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6. 며칠 뒤, 정부는 새로운 계급 분류를 만들었다.

'비경제적 기여자'

여기에는 작가, 철학자, 돌봄 제공자, 공동체 기록자 등이 포함되었다. 그들은 사회적 안정에 기여한다고 인정받았다. 배당은 그대로였지만 '존재 배당'이라는 명칭이 바뀌었고 금액이 소폭 상향되었다.


7. 도시는 여전히 돌아가고, 삶은 흐른다. AGI는 완벽하고, 로봇은 쉼없이 일한다. 로봇이 운영하는 무인 카페 한구석에서 나는 조용히 글을 쓰고 있다. 글은 세상을 위한 글이 아니다. 다만, 나라는 한 사람이 인간으로써 자기 자신을 잃지 않게 하는 글이다.


8. 그리고 이 시대에, 이것은 가장 값비싼 가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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