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 대출? 자본은 어떻게 재편되는가

자본의 세계관이 흔들린다

by 성해밀


우리는 오랜 시간동안 이렇게 배워왔다. 열심히 일하고, 잉여 자본을 저축하고, 필요하다면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사고, 그렇게 여러 자산을 쌓아 노후를 대비하라고.


자본주의에서 이 공식은 너무 익숙해서 사람들은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저축과 대출, 자본의 증식은 당연한 질서였다. 그런데 AGI가 등장하면서 질서는 조용히 흔들리기 시작한다.


1. 저축은 미래에 대한 신뢰


저축이란 무엇일까. 본질적으로 저축은 미래가 지금과 비슷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내 직업은 유지될 것이다.', '화폐 가치는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국가와 제도는 나를 보호할 것이다.'와 같은 내용의 신뢰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의 욕망을 미루고 내일을 위해 자본을 쌓았다.


하지만 AGI 시대의 미래는 더 이상 연장선이 아니다. 단절에 가깝다. 직업은 사라지고, 산업은 재편되고, 기술은 인간의 노동을 빠르게 대체한다. 미래가 불확실해질수록 저축은 미덕이 아니라 불안의 증거가 된다.


2. 대출은 노동의 담보


대출이 가능한 이유는 단순하다. 앞으로도 내가 돈을 벌 것이라는 전제의 조건이 존재한다. 은행은 묻는다.


“앞으로 30년 동안 갚을 수 있습니까?”


AGI 시대에 이 질문은 점점 의미를 잃는다. 30년 뒤에도 이 직업이 존재할까, 인간의 노동이 지금처럼 평가받을까, 소득 구조 자체가 유지될까. 대출은 점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리스크가 된다.


그래서 미래의 국가는 선택의 기로에 선다. 대규모 채무 붕괴를 감수할 것인가? 아니면 채무를 완화하고 재구성할 것인가. 역사적으로 국가는 늘 후자를 선택해왔다.


3. 자본은 시스템의 지분


산업화 시대의 자본은 노동의 축적이었다. 그러나 AGI 시대의 자본은 다르다. 시스템을 설계한 사람, 인프라를 소유한 사람, 알고리즘의 흐름 위에 올라탄 사람 등. 노동이 아니라 구조에 붙은 자본이 힘을 가진다.


그렇다면 나는 노동자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구조에 붙은 자본 소득을 구축할 것인가


4. 돈보다 먼저 재편되는 것


AGI 시대에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자본이 아니다. 가장 먼저 흔들리는 것은 바로 확실하다고 믿었던 세계관일 것이다. 기존의 세계관이 무너질 때, 사람들은 돈보다 방향을 먼저 잃는다. 그래서 이 시대의 생존 전략은 불안 관리가 먼저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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