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시간
"땀 한번 내죠..... 봄도 무르익어 초여름인데 아빠가 땀 좀 흘려야죠"
막내의 당당함이 두려웠다. 그의 한마디로 선배 사원, 대리, 과장들의 업무량이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봄 정기 세일을 앞두고 이벤트 아이디어 회의, 녀석의 다음 이야기를 모두 걱정하며 듣고 있다.
"정문 앞 광장에서 운동회를 하는 하는 겁니다.
많은 종목을 할 수 없으니, 운동회의 백미 '오재미 던지기'로 행운을 노리는 거죠."
팀장을 제외한 모두가 탄식했다. 우리 막내 사원의 끝없는 아이디어와 열정은 항상 팀장을 흥분시켰다.
"너희도 그런 거 했냐. 우리 때는 가난해서 공도 못 사고하니까. 집에서 오재미 하나씩 만들어 왔지"
"요즘 유아 신체 발달, 어르신 치매 예방으로 많이 합니다. 우리 문화 센터에도 프로그램 있어요"
"그래! 그럼 선배들과 머리를 맞대고 재미있게 준비해 봐. 고객들이 줄 서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늘 정원 홍보를 위해 정문 앞에 세워둔 대형 빌보드에 여러 개의 구멍을 뚫기로 했다.
구멍 크기에 따라 상품이 달라졌다. 가장 작은 구멍에는 최고급 태블릿을 그려 넣었다. 그리고 구멍 크기에 따라 자전거와 운동 용품, 마사지기, 게임기가 들어갔다. 가장 큰 구멍은 참가상 격으로 주방세제였다.
아내와 아이들이 이걸 보는 순간, '아빠의 부담'은 시작된다. 행사 제목도 '특명, 아빠의 도전'으로 하겠다는 막내를 뜯어말리며 '4월의 행운' 정도로 순화했다. 과녁판이 완성된 후 투구 거리와 당첨 확률을 맞추기 위해 팀원들이 각각 100개 이상 던지며 구멍 크기를 미세하게 조정했다. 문제는 가장 작은 구멍이었다.
거기에 오재미를 던져 넣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구멍을 넓히고 태블릿을 몇 대 더 준비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막내는 완강했다.
"사람들이 작은 구멍만 노릴 테니, 2번씩 기회를 주도록 하는 게 어때. 그러면 두 번째는 분수에 맞게 좀 큰 구멍으로 목표를 바꾸겠지.. 고객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하나도 못 넣은 분을 위한 참가 상품도 준비하도록." 팀장이 절충하며 보완책을 지시하고 행사 준비는 완료되었다. 팀장의 지시 사항을 메모하는 막내의 자세는 비장하기까지 했다. 팀장은 막내 몰래 문제의 구멍을 조금 넓히라고 작은 목소리로 지시하고 현장을 떠났다.
그해 봄은 유난히 찬란했다. 벚꽃이 만발하고 한 번의 비가 내린 후엔 화장한 햇볕과 살랑 거리는 바람이 어울렸다. 백화점 정문 앞에 거대한 과녁판이 등장했다. 참가 신청과 대기를 위한 몽골 텐트를 치고, 투구선을 그렸다. 바람잡이들이 이것저것 던져보며 호객 행위를 시작했다. 백화점에서 쇼핑한 영수증만 가져오면 누구든 참여할 수 있다.
'오늘 당신의 행운을 테스트해 보세요...'
'꽝은 없습니다. 하나도 못 넣어도 세재나 티슈를 드립니다..'
고객들은 한 번 던져보겠다는 의지로, 밥 먹은 영수증이라도 들고 왔다. 고객들이 줄을 섰다.
줄이 길어지는 것이 흡족한 막내는 가슴을 내밀고 고객 질서 유지에 나섰다.
게임기, 에어프라이어, 태블릿을 외치는 가족들에게 손을 흔들며 등장한 아빠, 막상 투구선에 서자 긴장이 되며 손에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첫 투구가 허공을 갈랐다.
엄마들은 항상 현명하고, 자기 남편의 실력을 알고 있었다. 절대 고액 상품이 걸린 작은 구멍을 공략하지 못하게 남편을 통제했다. 성공률 높은 중간 크기의 구멍을 공략하여 접시 세트나 프라이팬 같은 실속 있는 상품을 가져갔다. 청년들도 여행용 트렁크나 목욕용품 정도를 목표로 성공률 우선으로 도전했다.
"이른바 사행심이란 것은 없냐? 크게 노려야 크게 얻는 것인데... 이 동네는 이상해..."
"우리 도시가 좀 실속형이긴 합니다. 서울에서 전세 사느니 여기서 자가 살겠다"
막내와 두런두런 잡담하며 고객들의 동태를 살피던 팀장 눈에 특이한 고객의 모습이 포착되었다.
아직은 쌀쌀한 기운이 있는데, 굳이 반팔 티셔츠를 입고 우람한 팔뚝을 자랑하는 손님이 여자친구에게 큰소리치며 경기장으로 입장했다. 여자 친구는 현장 정리하는 알바 직원에게 남자 친구가 야구 선수였다고 은근히 자랑했다. 아무 생각 없는 직원은 선출도 참가할 수 있다고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대담하게 가장 작은 구멍 게임기를 노린 1구는 여지없이 빗나갔다. 태블릿을 노린 두 번째 투구도 역부족. 두 번의 기회를 모두 상실한 그는 여자 친구를 쳐다보며 한번 더 하겠다고 했다.
"감 잡았으니 , 원하는 걸 말해... 말만 하면 다 맞춘다..."
너무 작은 구멍 말고 적당한 구멍을 지정해 달라는 뜻으로 들렸다. 그러나 여자 친구가 더 강적이었다.
"구매 영수증 많으니까. 무조건 태블릿에 올인이야.. 들어갈 때까지 던져.."
아무리 영수증이 많아도 1인당 1회(2번)만 참여할 수 있다는 직원의 안내는 그들에겐 들리지 않았다.
그들에게 이곳은 유원지의 인형 쟁탈 사격장이었다. 영수증 1장에 1회 참가할 수 있는...
뒤에 줄 서서 순서를 기다리는 다른 고객들의 원성도 무시하며 던지고 또 던졌다.
"뒤에 손님이 기다리시니 그만하시죠.. 충분히 많이 하셨습니다. "
하나도 넣지 못한 그를 위해 참가상 격인 세제와 티슈를 전달하며 막내가 가볍게 제재하고 나섰다.
"당신이 책임자야. 이거 순 사기지. 저 구멍 성공한 사람 하나도 없지.
제대로 들어가나 가서 재보자고, 구멍을 오재미보다 작게 만들고, 사기 치는 거지.."
정장 차림의 관리 직원을 보자, 그의 전략은 즉각 수정되었다.
"태블릿 내놓지 않으면 내 구청에 신고한다. 내가 구청장도 잘 알아. 우리 선배야."
"당신 그렇게 눈만 부릅뜨지 말고, 당신보다 높은 사람 나오라 그래. '
여자 친구에게 자기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리기 위해서라도 관철시켜야 했다.
"오빠. 너무 그러지 마, 이 사람도 월급 받고 일하는 거지. 자기가 사기치고 싶었겠어"
막내 뒤통수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할 수 없이 팀장이 나섰다.
"내가 저기 가장 작은 구멍에 들어가는 것을 확인해 드리면, 사기고 뭐고,
그냥 다 조용히 인정하고 집에 가는 겁니다..."
"콜! 내가 수십 번 던져 안 들어갔는데... 사기가 확실하다고.."
팀장은 절대 흔들리지 않았다. 온화한 표정으로 오재미를 골랐다.
가장 딴딴하고 바람과 중력의 영향을 덜 받을 놈으로, 발사 라인을 다시 그리며, 확신을 주는 포즈로 어깨를 풀었다. 현장의 스텝과 관중들도 모두 집중하기 시작했다. 팀장은 모든 준비가 끝났다는 듯 나직한 목소리로 막내를 불러 문제의 고객과 함께 지켜보게 했다. 첫 투구는 정확히 태블릿 구멍에 들어갔다. 두 번째도 게임기를 관통했다.
"분명 오재미에 무슨 장치가 있을 거야..."
다시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려던 고객은 여자 친구에 의해 끌려 나갔다.
그날의 점검 이후 팀장은 매일 남아서 수십 개씩 연습을 하고 갔다. 막내의 자신감과 달리 고객의 민원이
제기되면 실력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팀에서 준비한 행사를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일념으로
원하는 구멍에 원하는 만큼 넣을 수 있을 때까지 연습했다. 백발백중의 순간까지.
봄은 무르익어 여름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조금씩 땀이 오르는 일요일 오후...
예상보다 상품이 많이 나가서 땀이 흐르고, 고객들은 더 작은 구멍에 넣어보겠다고 땀을 흘린다.
"이젠 이런 거 하지 마.. 그냥 구매금액에 5%나 10% 선물 주는 걸로 해...
같은 돈 쓰고 다른 상품 받아 간다고 불만이 많아. 특히 점잖고 나이 든 우수 고객들이.."
고객의 불만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고객도 연습하고 오면 큰 상품 탈 수 있는데...
언제나 막내는 해맑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