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부터 겨울 사이에 읽은 16개 작품에 대한 감상이다. 일주일에 한 편 읽고 한 개의 글을 썼다.
독서 목록을 보고 몇 개나 제대로 읽을까 했는데, 그래도 해보니 된다는 걸 알았다. 같이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가능했다. 혼자라면 쓰지 못했을 것이다. 아니 혼자라면 읽지 않았을 책들이다.
여기 소개한 책들은 모두에게 친숙하다. 누구나 한번은 읽었을 작품들이다. 청소년 필독 추천작이다. 너무 잘 알기에 읽었다고 착각하거나 요약본을 보고 스토리만 기억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유튜브에서 영화 소개 영상만 보고 그 영화를 평가하는 것처럼. 그렇지만 하나씩 읽을 때마다 새롭게 느껴졌다. 고전의 힘이다.
책을 읽는 것만큼 대화가 중요했다. 읽지 않고는 대화할 수 없고, 말하지 않으면 내 생각이 여물지 않음을 알았다. 생각을 정리하며 작은 글이라도 꼭 쓰려고 했다. 그렇게 16편을 읽고 기록했다.
처음에는 수월했다. 독후감 숙제를 하듯 작품을 따라가며 정리했다. A4 용지 한장 분량 정도 쓰려 했는데 길어지는 글을 보며 흐뭇했다. 그 시절 도서관에서 만났던 친구를 다시 만난듯한 감상에 젖기도 했다. 이젠 어른이 돼서 그땐 몰랐던 새로운 관점이 보인다고 대견해 하기도 했다. 작가와 그가 살았던 시대에 대한 상식도 늘었기 때문에 작품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졌다. 작가의 다른 작품과 연관성도 보이고 관련 자료를 찾아볼 여유도 생겼다.
특히 주인공 위주로 따라가던 시선을 확대하여 주변 사람들을 보게 되었다. 스트릭랜드와 얽혀 불행해진 여인들(달과 6펜스), 벌레가 된 아들을 부정하는 아버지(변신), 이웃조차 지키지 못하는 혁명가의 나약함(비곗덩어리), 자기가 왜 죽는지 몰랐던 아랍 청년(이방인) 등 질문이 꼬리를 물었다.
어느 순간부터 힘들어졌다. 반복되면서 하나의 틀이 생겼다. 교과서적인 답을 내려 했다. 작가의 의도에 맞춰 내 글을 전개하고 있었다. 다른 작품에 관해 쓰는데 항상 같은 글을 쓰는 느낌이 들었다. 좋은 말도 있고 흐름도 괜찮은데 다시 읽어보면 재미없는 글이었다. 내가 만든 포장 안에서 뱅뱅 돌았다. 빈 화면을 띄어놓고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책을 다 읽으면 무작정 생각나는 대로 써버리는 방법이 잘못되었나 반성했다. 좀 더 치밀하게 계획하여 주제와 글 순서를 미리 정한 후에 하나의 관점에 따라 써나가야 한다고 다짐했다. 근데 그 시간은 그냥 텅 빈 화면을 바라볼 뿐이었다. 2000자 쓰기가 쉽지 않다.
그렇게 겨울이 왔다. 함께하는 이들의 글을 다시 읽었다. 같은 책을 읽었는데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한다. 처음엔 그냥 읽었던 글이 새롭다. 그들이 살아온 시간이 보였다. 글에서 사람이 보였다. 새삼 공감하게 된다.내 글에 불만족했던 부분을 알았다. 글이 책을 다시 읽었다.
‘이 책을 읽고 어떻게 그런 이야기를 하세요?’ 했었는데 ‘아, 그런 의미가 있군요.’, ‘정말 잘 쓰셨네요.’
로 변했다. 그들은 작가가 되기 위해, 세상의 평가를 바라지 않는다. 그냥 마음을 표현하고 싶고, 의미 있는 시간을 남기고 싶어 글을 쓴다.
결국, 그들과 나, 우리는 책을 만들었다. 책 만드는 과정에서 다듬고 공감하며 즐겁게 한 꺼풀 성장했으니 이미 목표는 달성했다.
여기 브런치에 있는 글은 처음 나 혼자 썼던 그대로이다. 겨울을 지나며 우리 모두가 쓴 글과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다. 소박한 작업이었지만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 용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