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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L Jul 07. 2023

시계태엽 오렌지

책 읽는 시간 (가을에서 겨울 지나)

누가 나쁜 놈인가


시계태엽오렌지앤서니 버지스 지음박 시영 옮김민음사, 2022    


   1962년 출간된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시대도 국가도 분명하지 않다. 총 3부로 구성된 작품의 1부는 주인공 알렉스의 지독한 범죄 행위를 나열하고 있고, 2부에서는 그에 못지않은 국가 폭력을 고발한다. 그에 비하면 마지막 3부는 그동안의 강력한 흐름과 상관없이 제3 세력을 등장시켜 대충 마무리하려 한다. 작가 앤서니 버지스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이 책에는 본 작품보다 많은 내용의 해설, 작가와 다른 전문가들의 에세이, 희곡, 새로운 언어의 문제, 영화로 만들어진 것에 대한 평가등 많은 내용이 추가되었지만 그것이 더 읽기 힘들다. 그냥 작품만을 놓고 생각해 본다면 작가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 책을 썼을까?


    주인공 알렉스는 사이코패스다. 타고난 나쁜 놈이다. 당시 영국의 사회상, 불우한 성장 배경, 질풍노도의 시기등 아무리 변명해도 지나치다. 만나는 모든 사람이 범죄의 대상이다. 폭력, 강도, 강간, 살인으로 이어지는 강력 범죄 시리즈다. 심지어 그것을 유쾌한 톤으로 기술해 나가는 재주까지 있어 그 잔혹함이 희석된다.


   2부에 교도소에 간 알렉스는 타고난 교활함으로 요령껏 교도소 생활에 적응한다. 풍문으로 들었던 루도비코 요법을 통한 조기 석방에 선뜻 응했다. 실재하는 폭력 영상과 약물에 의한 고문, 세뇌 프로그램으로 그의 심신은 만신창이가 되지만, 어쨌든 풀려났다. 3부에서 가족과 동지들의 변화에 실망하고, 반정부 세력은 그가 참여한 프로그램의 비 인간성을 들어 정부를 공격하는 무기로 그를 사용하려 한다. 범죄 피해자들의 원한까지 얽히며 견디지 못하고 투신자살을 시도하지만 실패한다. 치료와 안정의 시간 끝에 정서적으로 교도소에 가기 전 상태로 돌아오지만, 나이를 먹었으니 예전과 같이 행동할 수 없고, 가정을 만들고 안락한 노년 생활을 꿈꾸는 어른으로 변해간다. 그때 18살이다.     


   국가의 존재 목적과 정치가들의 권력 욕구가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  ‘범죄와의 전쟁’은 너무 흔해서 비범한 두 단어‘범죄’,‘전쟁’을 일상화시키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사회 질서와 체제 안전이라는 명분과 정의 사회구현이라는 슬로건은 우리도 충분히 겪었다. 흉악 범죄자를 사회와 격리하는 문제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만기 출소한 연쇄살인범의 주거 제공 문제나 엽기적인 범죄자의 신상 공개를 뉴스에서 연일 다루고 있다. 어떤 경우에도 더 심하게 그들을 사회에서 내몰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알렉스 사례는 촉법소년 문제, 범죄자 신상 공개, 14년형이라는 솜방망이 처벌, 사이코패스의 특징까지 각종 채널에서 전직 형사와 프로파일러들을 동원해서 우려먹기 딱 좋은 소재다. 몇 년이 지나도 재방송되고 계속 대중의 기억 속에 떠돌게 할 사건들이다. 가끔은 그런 방송들이 대중에게 경각심을 주고 범죄를 예방하기 위함인지 대중을 자극하여 다른 생각을 못하게 하기 위함인지 가름이 안된다.   


   사회적 악한의 교화라는 명분으로 루도비코 요법이 등장했다. 정치가들의 음모와  뇌과학과 심리학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비윤리적 실험의 결합은 흉악범을 피해자로 인식하고 동정하게 만든다. 그런데 그 배경이 흉악범들을 세뇌하여 사회로 내보내고 빈자리에 사상범들을 수용하기 위함이라는 것이 더 웃긴다. 

  

    뭔가 흐름이 이상하다. 나쁜 놈을 그보다 더 나쁜 놈에게 제물로 줘서 분노의 방향과 감정 이입의 대상을 변화시키고 있다니. 더 나쁜 놈들, 정치가와 그에 부역하는 과학자들의 문제 중심으로 다루어야 한다. 일개 폭력범보다 법과 제도의 이름으로 집단적인 폭력을 가하는 권력이 훨씬 위험하다는 것을 더욱 강조해야 한다.

처음에는 나쁜 놈을 교화한다고 하지만 다음에는 사상범을 그 자리에 앉힐 수 있다. 평범한 시민 누구나 그 의자에 앉을 수 있다. 그런 시대가 있었고 권력은 그 시대를 그리워한다. 회귀하고자 하는 욕구를 차단하는 차원에서 이런 작품을 보고 견뎌내야 한다. 절대 돌아가선 안된다.


   다시 한번 질문을 한다. 알렉스가 저지른 범죄에 대한 합당한 처벌은 무엇일까.

한 번도 타인을 사랑하지 않았고, 절대 반성하지 않으며, 패거리를 만들어 움직이는 것은 청소년 갱단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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