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다리저림이 부쩍 심해졌다. 3월의 골프연습부터 시작이였다. 연습장 반, 병원 절반을 다니며 꾸역꾸역 레슨시간을 채웠으나, 오히려 허리통증과 다리저림의 주범이 되어 버렸던 것 같다.
몇 개월간 이런저런 치료를 받으며, 괜찮아지기도 했다가 다시 못견딜 고통이 오기도 하는 시절을 보내고 있다. 이 와중에 왼쪽 다리저림과 손저림이 같이 오게 되었다.
회사에 반차를 내고 집 근처 정형외과를 찾아갔다. 일찍 나온다고 나와서 1시 즈음 도착해보니, 마침 식사시간이였다. 2시 부터 선생님이 오신다고 하여, 예약만 걸어놓고, 대강 밥을 떼우고 다시 방문했다.
다리저림의 경우 전형적인 5번 디스크 탈출증에 가까웠다. 손저림은 목디스크 증상으로 봐야 한다고 한다. 하필 동시에 오셨을 뿐이다.
전에도 한두번 방문해서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를 했었으나, 이번에는 부위가 조금 달라졌다. 허리에 몇 방, 꼬리뼈에 세방!!!
사실 허리에 맞는 주사는 들어갈 때 따끔하고, 약물을 주입하면 뻐근함이 밀려오는 정도다. 그 정도야 다리저림 통증에 비교하면 얼마든지 참아 줄 수 있는 통증이다.
문제는 꼬리뼈에 놓는 주사였다.
와우. 진짜 아팠다.
그것도 세방이나...
그 이후로 MRI를 찍어보기로 했다. 일전에도 살짝 얘기는 나왔었는데, 비용도 비용이지만, 종합병원 가서 MRI를 찍는게 번거롭게 생각되어서 미루고 있었다. 그런데, 회사분이랑 얘기하다 보니, 내 증상이 뇌졸증에서 올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깜짝 놀라서, 확실히 확인해 보고 싶었던 차에 의사 선생님이 MRI를 한번 찍어서 확인해보는건 어떠냐고 권유하시길래 그러자고 했다.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영상센터만 운영하는 작은 병원들이 있다는 점이였다. MRI 기기 자체가 비싸니 대부분의 동네 정형외과에서는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이런 병원들과 협업해서 영상만 찍어서 DVD로 구워서 보내준다. 약간의 코멘트와 함께.
매우 좋은 아이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틈새시장을 잘 캐치했다. 또한, 서비스도 좋아서, 해당 정형외과로 픽업차량도 운영해 주었다.
황금같은 오후반차를 꼬리뼈에 주사 맞고, MRI 찍는걸로 다 보내버리게 되는 건가, 약간 고민했었다. 하지만, 어차피 지금 안하면, 다시 휴가를 내서 일정을 잡고, 종합병원에 소견서 들고 가서 찍고, 다시 그거 받으러 가고... 그냥 오늘 하는게 좋겠다고 결정했다.
오늘 가을햇살은 참 좋았다. 픽업차량 안에서 바깥의 가을풍경을 즐겼다. 난 원래 멍때리면서 창 밖을 쳐다보는걸 좋아하는데, 내가 직접 운전을 하게 된 이후로는 별로 그런 상황을 즐기지 못했었다.
그래서, 좋았다.
따뜻해보이는 가을 햇살아래의 낙엽, 휘어져 있는 도로, 그림자에 가려 반만 햇빛을 받고 있는 앞 자동차, 자전거 타고 지나가는 사람... 가을풍경 참 아름답네.
20여분 걸려 영상센터에 도착했다. 그곳은 영상만 찍는 곳이였다. MRI기기 2대, 이름 모를 기기 1대 정도가 있었다. 금요일 오후인데 사람은 별로 없었다. 다행이였다.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MRI 기기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귀마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소음이 심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병원에서 맞은 주사에 졸린 성분이 있었는지 이상하게 잠이 쏟아졌다.
잠깐 잠들었던 것 같은데, 끝났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시작 전, 주의사항이 발가락도 왠만하면 움직이지 말라고 했었는데, 잠이 들었었으니 내가 어떻게 움직였는지 알길이 없어 살짝 불안했다.
개인병원이라 가격이 종합병원보다는 저렴하다 하더라도 41만원 정도를 지불했는데, 이걸 다시 찍는건 아니겠지? 라는 생각을 살짝 해버렸다.
환복하고 다시 10분 정도 대기하는데, 원장실로 부르더니 간단한 코멘트를 해준다. 5번 디스크 탈출, 이게 신경을 누른다. 그 다음 1번 천추 사이도 조금 나왔다고 한다. 3번, 4번 디스크도 좀 나왔지만, 5번이 조금 더 심하다. 오른쪽 다리도 이런 통증이 동일하게 올 수 있는 구조이다.
흠, 생각보다 알찬데? DVD만 구워서 보내주는 줄 알았더니 그건 아니였나 보다. 그래서, 궁금한 점 질문을 좀 했다.
"염증수치는 볼 수 없나요? 디스크가 삐져 나와서 신경다발 근처의 염증을 건드린 것은 아닌가요? 아까 5번 디스크라고 얘기하다가, 다시 1번 얘기는 무엇인가요?" 등등.
사실 MRI에 대한 사전 조사 없이 그냥 찍은거라, 이 일만 담당하던 사람이 듣기에는 어이없는 질문일 수도 있었을텐데, 의외로 원장선생님은 친절하게 답변해주셨다.
"5번 디스크 다음에 1번 천추가 있는데, 요추는 5개이고, 그 다음에 천추라고 부르는 뼈가 있습니다. 그리고, 요추뼈, 그다음 디스크, 요추뼈, 그 다음 디스크,, 이런 형태로 되어 있어요... 또한, MRI는 구조적인 부분은 볼 수 있지만, 염증은 화학반응에 대한 문제로서, 여기서 판별할 수 없답니다."
괜찮은 기분이였다. 문득, 전에 월정사 갔을때, 가이드가 역사나 유래에 대해서 간단히 알려주던 때가 생각났다. 왜 그 장면이 떠올랐을까.
이런 질문을 하는건 내가 처음이라고 하는 걸 듣고 약간 의아했다. 사실 알아도, 또는 몰라도 내가 이 병을 치료하는데 큰 도움이 못된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어쨌든, 다시 픽업차량을 타고 원래의 정형외과로 돌아왔다. 어느덧 5시 부근. 퇴근시간이 가까워져서 그런지 도로에 차가 많아서 돌아가는 길이 꽤 걸렸다.
멍때리기 좋았다. 실손보험에서 절반은 나오겠지? 저녁은 뭘 먹을까? 등의 이런저런 생각들.
마지막으로 정형외과 선생님과 상담을 끝으로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 했다. 약간 슬펐던 점은 별다른 해결책이 없다는 부분이였다.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고통을 느끼면 오늘처럼 주사치료나 약을 병행해서 고통을 경감하고, 평소에는 최대한 무리 주지 않는 상태에서 살아야 했다. 뛰는 것도 안된다고 한다. 우울증 올까봐 무섭긴 하지만, 당분간은 하루 40분 걷기만 해야겠다.
아무튼, 하루 반나절 여행하는 기분으로 다녀왔다.
딱히, 긍정적인 성격이라서가 그랬다기 보다는 날이 너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