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9월 2일) 아침에 브런치 작가 승인 메일을 받았다. 역시 예상치 못한 순간에 도착한 소식이었다. 비공식 브런치 오픈 채팅방에서 다른 사람들은 오후 5시쯤 결과를 받았다고 해서 나도 늦은 오후에 결과 메일을 받을까 했는데 그건 아니었다. 나는 지난주 금요일(8월 30일) 이른 오전에 작가 신청을 했고 그날 내내 핸드폰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결과 메일은 도착하지 않았고 주말을 건너서 월요일에 받은 것이었다. 나도 모르는 순간에 결과 메일을 받게 될 거라 예상은 했었다.
작가 신청을 한다고 해도 누구나 쉽게 바로 승인 결과를 받지는 못한다는 사실 때문에, 더욱 기뻤다. 그리고 한 번에 작가 승인을 받게 되어서 참 감사했다. 듣기로는 어떤 사람은 세 번째 도전에서 승인을 받았고 또 어떤 사람은 여섯 번째 도전에서 승인을 받았고 첫 번에 승인받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감사했다. 이번 첫 도전에서 떨어졌더라면 명확히 알 수 없는 탈락의 원인을 스스로 돌아보며 승인받을 때까지 재도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까. 이 결과를 결코 쉽게 여기지 않기로 감사함을 마음에 새기기로 했다.
작가 신청 서류들을 제출하면서는 떨어지면 어떻게 하려는지 걱정이었다. 만약에 떨어진다면 어느 부분이 문제일지, 다음에 재도전을 할 때 어느 부분을 어떻게 수정하려는지, 재도전을 몇 번까지 내가 견디며 해낼 수 있으려는지 이렇게 저렇게 걱정이었는데 첫 번에 승인이 되다니. 첫 번에 승인을 받았다고 해서 결코 쉽게 얻을 수 있는 결과가 아니라는 것을 잊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이 결과를 귀하게 여기니 그만큼 기쁨도 커졌다.
사실은 작가 신청을 실행하는 데에 부담도 있었다. 신청을 한다고 무조건 승인이 나는 것이 아니니까, 탈락의 경우도 생각해야 하니까. 탈락했을 경우에 대한 부담이 있었고 그 부담감은 실행을 주저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탈락의 경우에 대한 부담을 가지고 작가 신청 서류를 준비했고, 브런치에서 요구하는 작가 신청 서류가 모두 준비되었을 때는 더 이상 실행을 미룰 수가 없었다. 해서 용기를 내어 작가 신청을 행동으로 옮겼고 나머지 결과는 나의 몫이 아니기 때문에 남겨두고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고는 이제 나도 작가가 되었다! 이제야 나도 글 작가가 되었구나! 내가 작가가 되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기뻤다. 본래 나는 디자인을 전공했고 오랜 세월을 디자인을 전문분야로 배우고 일을 했던 북 디자인 프리랜서 디자이너였다. 글쓰기는 20대 중반 일기 쓰기로 시작해서 17년째 이어온 것 그리고 학위논문 한 편이 전부다. 일기를 써오면서 생각하기와 글쓰기의 매력을 알게 되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디자인 보다 글쓰기가 더 매력적으로 닿았다. 해서 언젠가 내가 책 한 권 낼 수 있을까 막연히 꿈을 갖게 되었는데 이렇게 브런치 작가로 데뷔하여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으니 얼마나 기쁘겠는가!
브런치 작가 승인은 첫 번에 받았지만 여기까지 오기까지 실패도 있었다. 검색어 기반의 정보성 콘텐츠 중심인 블로그를 시도했으나 저품질이라는 나락에 떨어지게 되면서 블로그는 버리게 되었다. 블로그에서는 순수하게 창작 중심의 콘텐츠를 작성하기에는 제약이 많이 따랐고 저품질이라는 더 이상 헤어 나올 수 없는 블로그 상태가 존재했다. 나도 모르는 이유로 인해서 저품질에 걸려 더 이상 살릴 수 없게 되면서 좌절감도 맛보았고 블로그 운영을 포기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나는 정보성 콘텐츠보다는 에세이를 쓰고 싶어서 순수하게 창작을 목적으로 블로그에 에세이 글을 조금 올리다가 나의 오빠로부터 브런치가 나에게 더 어울리겠다는 조언을 듣고 브런치 작가에 도전했던 것이었다.
한편으로는, 브런치 작가 신청을 위한 서류를 준비하는 동안 나의 글쓰기 능력에 대한 의구심과 싸워야 했다. 혼자서 일기를 쓰거나 입사지원을 위한 에세이 한편 정도는 써봤지만 본격적으로 에세이를 쓰는 것은 처음이었고 글쓰기에 있어서 나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다. 나에게 글쓰기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어떤지 알 수 없었다. 다른 전문가로부터 피드백을 받아본 적도 없었고. 과연 내가 잘 해낼 수 있으려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동안 실패의 경험이 많았다 보니 더욱 나의 글쓰기 능력에 대해서 의심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해서 브런치 작가에 도전하시는 분들께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지 말고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앞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이제는 나도 브런치 작가가 되었으니 출간 작가의 꿈을 가지고 새로운 시작을 열어갈 수 있게 되었다. 꿈을 가지고 그것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지금은 시작이고 성장하는 단계이지만 나도 언젠가는 꼭 나의 책을 출간해야지. 그 꿈을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