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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자 Feb 19. 2018

안미린 - Milk Mustache

입술에 깃털이 묻은 순간
은록색    


처음의 언어처럼 경계 진
입가    


긴 빨대라는 중간의 공간은
긴 빨대라는 중앙의 감각  

  

깊이이자 길이로 통로에서 멈춰 있을 때, 머금었을 때

숨을 참고 있었다 했다 전부가
흔들리고 있었다 했다
빨대의 입구를 납작하게 씹고   

 

멀고 새로운 흐름처럼
깃털을 띄운 우유    


흐르도록 줄줄 마셨던 오후
젖은 손목에 흘린 것처럼, 첫 골목에 꺾인 것처럼
여름에 중학생이 끝난 것처럼


Milk Mustache - 안미린


<빛이 아닌 결론을 찢는> 시집을 집었다. 설렐 수 있어서 감사했다. 난해하고 어려운 시들이 전부다. <우유 수염>이 나오는 페이지에서 넘기질 못했다.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해함으로써 감동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느낀다. 이해는 요구하지 않고 감정적 울림을 주는 것 앞에서 어쩔 수 없이 마음은 비누방울처럼 부푼다. 벽에도 붙고 땅에도 앉고 누군가의 등에도 오를 수 있는 가벼움으로 그녀의 시를 읽는다. 개수가 많아진 비누방울은 터질 생각 없이 온 몸에 들러붙는다. 무수하게 번식하고 갈라져 또 다른 방울로 들러붙는 끈질김때문에 시집을 놓지 못한다. 무게는 가벼워도 너무나 많은 그녀의 방울. 그녀의 시. 빨대의 입구를 납작하게 씹은 덕에 줄줄 흘러도 사라지지 않은 여름날의 중학생이 있다. 흔들리는 통로는 끝이났다. 그 후 멀고 새로운 흐름이 있다. 우유를 가득 묻힌 입가를 씰룩이는 아이가 그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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