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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자 Oct 17. 2016

열여섯 번째 잔 - 만들어지고 있는 중입니다.

파란색의 포름한 향내를 잊지 않으며


 요즘은 참 감사합니다.

저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사실 뜻밖의 사람들에게서 연락을 조금 받았어요. 잘 보고 있다고요. 응원한다고요. 감사함을 표하고 싶다는 생각도 마구 들더라고요. 제가 아닌, 제가 가진 무언가를 좋아해주는 것에 이렇게 기뻤던 적이 있었을까요. 전 항상 저를 더 드러내기 바빴지 제가 지닌 것을 드러내려고 한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이제야 조금 용기가 생긴 것뿐이에요. 그만큼 저는 자신도, 확신도 없었어요. 적어도 제 주변 사람들은 저보단 표현하는 것에 어색하지 않은 분들 같았어요. 그 모습이 참 부럽네요.

 요즘 준비하고 있는 공모전이 있어서 하루에 잠을 많이 자지 못해요. 비는 시간엔 글을 쓰고, 남는 시간엔 책을 읽고, 모든 시간엔 생각을 합니다. 버거워요. 한 번도 이정도로 열심을 다해 써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냥 되는대로, 하고 싶은 일이라도 그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살았어요. 지금이라고 결과를 확신할 수 있는 수준의 노력을 기울이는 건 아니에요. 저는 늘 부족하니까요.

이렇게 생긴 습관 덕분에 새삼 알게 된 것이 있어요.
새벽이 가고 난 아침의 색깔을 아시나요?


 파란색이에요.
사실 막연하게 뭐 회색, 검은색, 하늘색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집중해서 바라본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파란색이 하늘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어디를 봐도 파란색이더라고요. 집으로 가는 길에 만난 파란색은 계절이 바뀌어도 그대로일거라고 생각했어요. 색은 바뀌지 않겠지. 그 시간에 그 자리에 늘, 있어주겠지.
 
 가족들이든 제 자신이든 제게 거는 기대가 커요. 아마 기대치가 높아서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 근데 슬픈 건, 제가 그럴만한 사람이라고 생각을 해서라기 보단 기대에 미친 후 제가 얻게 될 결과에 너무 큰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더라고요. ‘결과, 성과.’ 올지 안 올지도 모를 여기에 없는 것에 집착을 하고 살아서 조금 괴로웠어요. 잡아야 하는데, 난 반드시 잡아서 내가 그려놓은 머릿속 모습대로 인생을 살아야 하는데 현실은 녹록지 않으니 시간도 잠도 제 그릇도 부족하게만 보이더라고요.


 돌이켜보면 저는 항상 받기위해 살아왔던 것 같아요. 사람들의 관심, 누군가의 애정, 언제나 내 안에 있지 않은 시선들에 대한 갈망, 없는 것에 대한 욕심,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집착으로요. 이기적으로.

 옛날엔 관심 받는 것이 어색했어요. 진심으로 싫다기보다는 그냥 싫었어요. 그래서 오글거린다, 쑥스럽다 해서 글 쓴다는 말도 잘 못하고 살았어요. 완전히 숨어서 끄적이고, 공개는커녕 혼자 생각하고 혼자 다듬고, 사람들이랑 대화를 할 때는 그냥 어색해지지 않을 정도로만, 적당히 자리를 즐기고 떠날 수 있을 정도만 말을 내뱉고, 돌아서서 늘 혼자 생각했어요.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내비치지 않는 생각들. 혼자서 감당하긴 버거울 때도 있었지만 토해내듯 끄적이고 나면 조금은 정리가 되더라고요. 게워낸 것 같은 느낌에 후련하지만 지치기도 했고요. 나를 표현하지 못하는 소심함에 글이 좋아진 것 같아요. 여기에는 적을 수 있으니까요. 보일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라고요. 신경 끄면 그만이지만 사람의 마음을 사야하는 입장에선 대답 없는 대답만큼 아픈 대답은 없더라고요. 우리가 아무리 대단한 자질을 갖고 있다 해도, 아무리 매력적인 웃음을 가지고 있다 해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면 인정받을 수도, 사랑 받을 수도 없다는 것을 알아갑니다. 현실은 적어도 그만큼은 퍽퍽하고 사람들은 사실 그렇게 관대하지 않거든요. 관심이 없다고 하는 게 더 맞겠죠. 거들먹거리는 건 죽을만큼 싫지만 인정받지 못하는 건 죽기보다 싫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어요. 겉으로 드러내야 해요. 쓰고, 말하고, 표현해야 해요.



 그렇게 난 만들어져 가고 있는 중입니다. 적어도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요. 그렇게 오늘의 저와 내일의 저는 손톱만큼은 다르겠죠. 새벽과 아침의 경계를, 늘 그 자리에 있어 줄 파란색의 향내를 잊지 않고 절 만들어갈게요. 언젠가 시간이 흐르고 나서 이 글을 다시 보게 될 땐 이제껏 걸어온 저를 수고했다고 칭찬해주려고요. 아직은 아껴둘게요!

 고민 많은 20대, 상처 많은 우리가 다시금 어느 자리에서 인사를 나누게 될까요?

 우리는 만들어져 가고 있는 중입니다. 이렇게 저렇게 멋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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