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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자 Oct 16. 2016

열다섯 번째 잔 - 나쁜 꿈 굿나잇

나쁜 꿈 한 번에 나이 한 번, 겁 한 번.


 화려하지 않은 생각이었다. 굳이 들킬 필요도 숨길 필요도 없는. 나 혼자만 하지는 않았을 생각들. 분명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의 머릿속을 몇 번은 스쳐갔을 법한 그저그런 생각들.


 그런 생각을 잡기로 했다.

 적어도 그만큼의 아쉬움은 있었던 것 같다. 늘 뒷북이었지만, 있을 때는 잘 모르고 살지만 없어지고나서라도 아는 건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다. 그렇게 사라져 버린 것들을 기억해줌으로써 내가 두 번은 못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한 번의 실수가 여러 번의 쓰라린 결과를 지겹게도 되풀이할 수 있다는 것을, 찰나의 선택으로 여러 겹의 밤들을 괴롭게 보낼 수도 있음을 알아가는 시간은 그럼에도 끝나지 않았다.


 바르르 떨고 있는 마음 속 깊은 곳의 아이를 안고 달래도 오랜 기다림끝에 세상이 내게 주는 답장엔 단 한 문장만이 있었다.


 '네가 극복해야 할 일이야.'


 매번 수습하듯 '극복'이라는 찌질한 걸 할때마다 하나씩 먹어버리는 겁에 자꾸만 뚱뚱해지지만 아무리 겁을 먹고 먹어도 오늘보다 어제 난 더 미숙했다.


어리숙하고 미숙했던 건 그 시절이었을까 나였을까.


나쁜 꿈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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