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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자 Feb 06. 2017

51번 째 잔 - 천진하게 듣기


 아무 것도 모르는 것 같은 사람의 장점이란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손쉽게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곧 어리숙함은 사람의 마음을 빠르게 얻을 수 있는 매력이된다. 상대의 거들먹거림을 모른 척 해주고 동시에 마음 가장 깊숙이 있는 속사정을 들을 수 있는 천진스러움이 그것이다. 오히려 상대의 어쭙잖은 능력을 칭찬까지 해줄 수 있는 여유가 천진한 사람에겐 있다. 상대의 어떤 행동도 자신과 크게 연관짓지 않기에 흔들림이 없다. 그렇게 상대의 마음을 얻는다.


 그 후로 상대는 나에게 기대게되고 나를 찾는다. 나에게 자신의 얘기를 하는 게 한없이 즐거워진다. 자신의 자랑도 자신의 속사정도 자신의 치부도 모든 것이 자연스러워진다. 이렇게 조용히 듣는 사람은 손 안대고 코푸는 격처럼 어떤 억지도 없이 가장 자연스럽게 상대의 마음을 얻는다.


 제도권 안에 간신히 들어가서 사는 것으로 급하게 만들어진 가짜능력을 과시하는 사람 앞에서도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자는 자신이 가야 할 길에만 몰두하는 천진한 사람이다. 결국 말하는 자 보단 듣는 자에게 힘이 있으며 듣는 자가 없다면 말 할 수 있는 자도 없다. 천진하게 듣는 자는 결코 천진하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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