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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자 Feb 03. 2017

50번째 잔 - 선택

매일 글쓰기


 이해받고 싶은 마음도, 공감받고 싶은 감정도 그깟 자존심 앞에서는 드러낼 수 없는 치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난 후였다. 관심을 구걸하는 사람이 되는 것은 죽기보다 싫었던 때이기도 했다. 그래서 감정은 더러운 것이 아님에도 불결한 것을 떨쳐내듯 원래부터 내게 없던 것처럼 외면했다. 철저히 머리로만 살 수 있다고. 감정놀음 없이 흔들림 없이 최대한 무심하게.


 하지만 몰랐다. 차가운 남자는 매력적이지만 차가운 여자는 덜 매력적이라는 것을. 차가운 여자보단 살가운 여자에게 더 많은 이목이 집중된다는 것을. 아직까지 매력이란 것에 크게 의미부여를 하는 순간도 있었으므로 그런 논리마저 무심코 지나칠 순 없었다. 그래서 어느 자리에서건 행위만 있고 감정은 없는 차가운 여자는 되기 싫었다. 감정은 아름다운 거라고, 지금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꼭 필요한 거라고 누군가 그러기도 했으니까.

 선택해야했다. 필요이상의 감정을 써가면서 사람들과 한데 섞여야하나, 그건 너무 피곤하고 힘든 일일 게 분명한데. 그렇다고 향기 없는 꽃처럼, 웃어도 웃는 것 같지 않은 여자처럼 있어야하나. 난 그 중간을 걷는 게 무척이나 힘든 사람인데 어느 길을 택해야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사람들에게 예의 말고 뭐가 대체 더 필요한 건지. 상냥함 말고 대체 뭘 더 베풀어야 하는 건지. 마음의 조리개를 여닫는 것이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닌데 어떤 것을 더 해야 하는 건지. 나이는 먹어가고 아는 것은 많아져도 절대로 알 수 없는 것이 또 하나 생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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