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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자 Feb 22. 2017

55번 째 잔 - <문제가 있습니다> 서평

때론 솔직하게 때론 삐딱하게


사노요코의 <문제가 있습니다> 서평



책의 제목처럼 이 글엔 문제가 많다. 소설이 아니라 작가의 자전적 에세이를 쓴 글인데 작가의 시선이 사실 조금 불편했다. 독서를 인생에 있어서 큰 양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과 그런 그녀가 작가라는 놀라운 사실이 문제라면 문제랄까. 난 사실 책 읽는 것을 즐긴다. 아주 자주, 매번 읽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만은 최대한 많은 책을 자주 읽고싶어한다. 이런 내게 그녀의 시선은 하나의 새로움이었고 지금까지 읽은 책에서 얻은 거라곤 '아 이 책도 재미없네.'와 같은 무력감뿐이라는 사실이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인생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걸까? 꼭 살아내야하고 달성할 무언가가 있는 거창한 것은 절대 아니고 그렇다고 대충대충 살다가 흐르는 시간에 몸을 맡기고 유동액처럼 사는 사람인 것 같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이렇게 책을 낼 이유가 없지. 사실 그녀의 시선에서 그녀가 살고싶어하는 인생의 한 면을 보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녀는 - 죽을 때 이루지 못한 일이 있다고 생각되면 원통할 것이다. 짧은 일생이리라. 하지만 빈둥빈둥 느긋하게 산 사람은 죽을 때 '아, 충분히 살았다'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이따금 친구가 "빨랑빨랑 해치워, 빨랑빨랑" 하고 재촉한다. 친구야 빨랑빨랑 일하면 나는 부자가 돼. 죽을 때 돈이 남아 있으면 어떡해? 아깝잖아.<본문中>- 이런 자신의 말처럼 느리고 여유롭게 감각이 이끄는 대로 살고 싶어하는 사람이지만 사실 그렇게 살지 못하는 인생의 불가피한 부분을 정확히 알고 있는 여자였다. 이런 구절은 이상과 현실의 중간에 있던 작가가 정말로 책에는  쏟아내고 싶었던 말을 쏟아냈다 하더라도 책을 읽지 않는 동안엔 지독하게 현실을 살아내야 하는 독자들에겐 어찌보면 한 줄기 희망보단 한 포기 무력감을 주는 발언은 아니었을까. 사유를 깊게하는 작가들의 말도 거리를 두고 생각해야 하는 의무가 생겼다.



그럼에도 너무나 공감가는 부분이 있었다. 그녀의 전반적인 생각 중에 디테일한 부분의 어떤 철학은 나의 생각과 많이 닮아있기도 했다. 예술과 종교에 대한 생각이었는데, -예술과 신앙은 물과 기름처럼 서로 밀어낸다. 예술이란 버리려야 버릴 수 없는 자아가 낳는 것이다. 신앙이란 자아를 버려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던가? 예술은 거대한 진실과 거대한 거짓을 모두 품는다. 죽으면 인간성은 사라지지만, 표현된 것은 남는다. 재능이 크면 클수록 재능과 인격의 관계성은 옅어지는 것 같다.<본문 中>- 이렇게 서술을 했다. 나의 생각과 동일했다. 종교가 있는 내게 예술은 너무나 큰 장벽으로 다가오는 순간도 있다. 신의 손바닥 안에서 신의 관심과 지도를 받으며 살아야하는 종교인에게 자아를 절대 버려선 안 되고 오히려 그 자아를 깊게 찾아가는 길에 있어야 할 예술인의 모습은 섞이기 힘든 그림이다. 그 어려운 숙명도 계속 안고가야 할 사람은 고민이 많을 수밖에. 그녀의 그런 생각은 맞장구를 신나게 쳐주는 친구 한명을 만난 것과 같은 느낌을 주기도 했다.


나는 항상 고민한다. 망설이고 주저한다. 그럼에도 인생에 대한 해답을 찾길 바라지만 아직까진 찾을 수 없는 희미함에 갖고있는 재산을 조금씩 걸어보기도 한다. 보이진 않지만 그 희미함이 어떤 가치가 있을 거라는 믿음은 분명히 있기때문에. 하지만 나 또한 이 작가처럼 현실의 삶을 떠나 살 순 없다. 그래서 나의 고민은 날이 갈수록 커진다. 세상을 알아갈수록, 나를 더 깊게 이해할 수록 보이는 것들은 많아지지만 그것들을 받아낼 수 있는 그릇은 점점 작아지는 내 마음을 끝까지 대면할수록 나의 시간은 덧없다기보단 가치있게 흘러갈 것이라고 본다.

일단은 새로운 충격을 줬다는 점에서 이 책은 내게 그렇게 낮은 별점으로 매겨지진 않았다. 그녀의 시선에서 반대 증거를 자꾸만 찾고싶은 도전정신이 생겼다는 점에서는 고맙기도하고 아프기도 하다. 불편함에 대한 고마움을 작가에게 느끼게 된 시간이라니. 이것마저도 난 고맙게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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