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번째 잔 - 말없이

말없이 되뇌다

by 곰자


-말없이-

정갈하게 개켜진 군복을 머리에 베고
이 낯선 곳에서

너의 냄새를 맡으며
말없이 끌어안고 있던 날
우리의 마음은
손에 낀 반지만큼

밝고 영롱했을까

빛나기만을 바라는 건
동화 속 서사를 꿈꾸는
나만의 탓이 아니기를
말없이 되뇌며

언제나 거리를 두고
약간의 욕망을 품고
만지고 싶지만
만지지 못하게 하는
모순적인 나를 보며
그럼에도

반짝이는 반지에 대고
용서를 구한다

잘못했지만 그래도 계속 빛나주세요 하고.




(매일 글쓰기 주제 '말없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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