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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자 Mar 26. 2017

다섯 곡 - 밤편지

밤편지 속 멜로디


아이유 - 밤편지


[나 우리의 첫 입맞춤을 떠올려
그럼 언제든 눈을 감고
음 가장 먼 곳으로 가요
난 파도가 머물던
모래 위에 적힌 글씨처럼
그대가 멀리 사라져 버릴 것 같아
늘 그리워 그리워
여기 내 마음속에
모든 말을 다 꺼내어 줄 순 없지만
사랑한다는 말이에요]



 뭐든 갈고 닦는 것을 계속하면 둥글어진다. 둥근 것은 모난 곳도 없고 맨질맨질해서 귀엽기도 하다. 하지만 귀여운 겉모습에 비해 그 크기는 꽤 작다. 부드럽고 예쁘지만 그것은 크지 않다.
 마음이다.
 반짝 반짝 빛나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깎여서 영글은 것. 뭐든지 처음 하는 것 앞에서, 처음 겪는 것 옆에서 뾰족하게 모나있던 마음들. 예쁘진 않았지만 깎인 적이 없었기에 숨길 수 없이 솔직했다. 어떤 것으로 덮어도 뾰족한 마음들은 삐져나와 많은 것을 찔렀다. 그리고 그 마음은 작지 않았다. 작지 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여러 곳을 찌르면서도 예쁘게 봐주길 바랐다.
 아파한 것들의 모습을 본다. 아, 내가 잘 못하고 있었구나. 생각을 한다. 이렇게 살면 안 되는구나. 되는대로 살 수 없구나. 그만큼 나는 특별하지 않구나. 돈을 버는 것, 건강관리를 하는 것, 꿈을 위해 노력하는 것, 가족과 연인, 친구를 사랑하는 것에는 절대 내 마음만 있는 것은 아니구나.
 뾰족했던 마음이 깎이고 정리가 된다. 깎아야지만 예쁠 수 있고 둥글어야지만 다른 마음과 부딪혀도 아프지 않을 수 있다.
 아이유의 밤편지를 들었다. 편지라는 말을 들으면 왜 항상 마음이 포근해지는지 모르겠다. 며칠 전에 내가 나에게 편지를 썼었다. 일기라고 할까. 하루 동안 느꼈던 마음이나 하고 싶은 말을 편지지에 적었다. 쓸 때와 읽을 때 느낌이 달랐다. 가감 없이 솔직하게 썼다고 생각했는데 읽어보니 빛을 잃은 단어들이 많았다. 뭘 숨기려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둥글고 예쁘게 놓인 글자들만 있었다.
 뾰족했던 마음들은 이제 잘 기억나지 않는다. 서툴고 부족했던 모습이 미워서 극복하려고만 하다 보니 마음이 작아진지도 몰랐다. 사실은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이 온 것인데. 어쩌면 이겨내야만 했던 시간이 아니라 흘러가길 기다려야만 했던 시간일지도 모르는데.
 가장 먼 곳으로 가버린, 그래서 이젠 기억조차 나지 않는 내가 겪어온 시간들. 원망도 있었고 탓도 부렸고 감싸주지 않았고 관심 두지 않았던 내가 찔렀던 마음들. 이제야 조금 둥글어진 마음으로 얘기해본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안녕 잘가 인사 한 번. 그래, 고생했어 배웅 한 번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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