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곰자 Mar 27. 2017

여덟 곡 - 봄인가봐

에릭남의 목소리로 듣는 봄의 향기


에릭남, 웬디 – 봄인가봐

[넌 봄이 돼줘 항상 나는 꽃이 될게
서로를 녹여주고 열리게 해주면 좋겠다
안 보이던 마음과 마음
마주한 시선 사이
겨우내 숨어있던 꽃이 피었나 봐
봄이 왔나 봐]


 

 봄에도 냄새가 있다. 어떤 단어로 설명할 순 없지만 그냥 느낌으로 알 수 있다. 봄 냄새는 봄 냄새다. 난 오늘 봄 냄새를 맡았다. 눈으로 보기 전에 향으로 먼저 계절을 맞았다.
 세상에 단어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은 많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정의는 내리기 어려워서 그런걸까. 보이지 않는 것들은 글자가 아닌 다른 것들로 이해해야 할 때가 있다. 난 사람의 냄새가 그런 것 같다. 실제로 사람한테선 어떤 냄새가 나기도 하고 꼭 화학적인 냄새가 아니더라도 그 사람만이 가진 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성격이 될 수도 있고 스타일이 될 수도 있으며 그 사람만이 가진 습관이 될 수도 있다. 긴 세월동안 여러 가지 것들이 뭉쳐져 그 사람을 만든 것이 될 수도 있으며 그 사람 스스로가 만들어낸 것이 될 수도 있다. 이게 그 사람만의 향이다.
 사람에게 향이 있으니 인간관계도 향으로 시작할 수 있다. 나와 코드가 맞고 생각이 비슷한 사람의 향, 아니면 나와는 완전히 다르고 유별난 사람의 향. 어떤 향이든 내가 맡을 수만 있다면 그 사람은 내게 각인되기 시작한다. 보이지 않아도 맡을 수 있는 그 사람의 향.
 누군가의 향을 맡는다. 겨우내 숨어있던 꽃처럼 맡지 못했던 향기가 언제부턴가 나기 시작했다. 아직 완전히 익숙해진 것은 아니지만 움트는 꽃처럼 만개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의 향과 상대의 향을 어울리게 만드는 법은 잘 모른다. 그냥 그 사람의 향이 좋고 포근하기도 하고 매력적이기도 해서 자꾸만 맡고 있는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걸음 앞에 망설여도 어쩔 수 없이 내 주변에 그 향이 넘치는 순간이 온다. 어디를 가도 향이 번져서 밀어낼 수 없고 사실은 밀어내고 싶지도 않게 되는 것. 친밀감이 아무리 둘 만의 의미부여라고해도 나만이 맡을 수 있는 그 사람의 향엔 나만이 의미부여를 할 수가 있다. 그것도 꽤 괜찮은 화학작용이다.   
 카페에서 주문한 커피 위에 맑은 벚꽃이 피었다. 내가 앞으로 더 맡게 되는 그 사람의 향에도 꽃이 필 것이다. 포근하고 따뜻하고 여린 꽃. 잘못된 규정일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그 사람의 향이 이런 의미로 다가왔다.
 우리의 모든 시작은 향으로 먼저 온다.

작가의 이전글 일곱 곡 - 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