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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자 Mar 29. 2017

아홉 곡 - 세 사람

세 사람의 스무살, 나의 스물넷.


토이 - 세 사람


[스무살 그시절
우리 여름날의 멜로디
아직 우릴 지켜준 나만의 약속
술 취해 혼자 비틀대던 밤
우리 셋 우정 지켜내잔 약속
내겐 사랑이었음을
둘만의 비밀이 닮아있는 말투가
친구라는 슬픈 말이 날 멈추게 만들어
너의 연인은 내 오랜 친구]




 스무살. 스무살이 되기 전엔 말만 들어도 설레는 나이였다. 스무살은 아직 어린데 어른이 된 나이였고 법적으론 뭐든 다 할 수 있는데 정작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은 나이였다. 나의 스무살은 대학문에 입성하는 것으로 시작되지 않았다. 그 해, 내겐 대학생의 타이틀 따윈 없었고 난 가만히 스무살을 맞았다. 난 변한 게 없었는데 내 주변 것들은 여러 변화를 맞이했던 나의 스무살. 나이는 먹고 또 먹는데 언제쯤 학교생활을 하게 될지 막막했다. 그간 무언가를 열심히 하긴 했지만 시간이 그만큼 갔다는 건 새삼 놀라운 일이기도 했다. 이젠 기억도 잘 나지 않는 그 날의 설렘은 스물넷이 돼서야 케케묵은 감정을 꺼내는 것으로 대체되었다.
 나의 대학 생활은 스물넷에 처음으로 시작됐다. 대학생의 수업과 공강, 과제와 시험, 도서관과 방학, 축제와 동아리. 물론 짧은 기간에 내성이 생기긴 했지만 엄청난 새로움으로 다가왔던 것들이었다. 익숙해지기 싫을 만큼 좋았다. 스무살과 스물네살의 차이라곤 사년이 더 흐른 것 뿐이었는데 대학생이란 명찰로 모든 것의 포문을 열 듯 해보지 않았던 경험들을 빠르게 늘려갔다.
 그 때의 난 지금보다 철이 없었다. 그리고 시야가 좁았다. 내가 살아온 세상이 내 방만큼이나 작았다는 사실을 종종 깨닫기도 했다. 여러 사람을 만날 때마다 손톱만큼 늘어가던 방의 크기가 놀라웠다. 그리고 내가 변하기 시작했다.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리고 어떤 사람이었는지 가늠하기 시작했다. 부족한 것들이 우후죽순처럼 보였고 그간 듬성듬성 성글게 매워온 지식 수준이 영락없이 무너지기도 했다. 채우고 싶었고 노력하고 싶었다. 학교생활을 하루 하루 해 가면서 뒤로 갈수록 힘이 붙었다. 그저 잘 하고 싶었다. 조금씩 난 변했다.
 그 중 가장 큰 변화는 생각이었다. 생각의 길이가 조금씩 꼬리를 더해갔으며 많은 생각으로 잠이 오지 않는 밤도 많아져만 갔다. 모든 것의 시작과 끝에 여러 고민이 함께했다. 덕분에 머뭇거림과 두려움도 나타났다. 호기심보단 이미 경험해본 것에서 답을 찾으려는 습관이 생겨버렸고 자유로움보단 편견으로 앞서 눈을 가리는 틀이 생겨버렸다.
 지금은 내게 어떤 것들이 없어지고 또 어떤 것들이 생겼는지 잘 모르겠다. 아마 조금 더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알게 되겠지만 대학생활의 설렘이 내게 남기고 간 것에는 후회도 있고 감사함도 있고 먹먹함도, 서운함도 있다.
 설렘 하나로 시작한 모든 것들이 어째서 이렇게 많은 감정을 남기고 떠났는지는 모르겠다. 어딘가로 사라진 내 스물넷의 첫 대학생활, 첫 대학생. 자랑할 건 없어도 부끄러울 것은 없었던 내 시간들이  난 가끔은 조금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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