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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자 Mar 27. 2017

일곱 곡 - 쿵

zionT도 가끔은 작아질 때가 있는걸까



Zion T - 쿵


[안경이 무거워
조명이 너무 밝어
다들 부담스러워
날 그렇게 보지말어
난 여전해]



 살다보면 모든 것이 어색해 질 때가 있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을 최초로 겪는 것 같은 느낌. 그것도 다 내 의미부여겠지만, 결국 그렇게 결론이 나지만, 가끔은 내 생각이 먼저가 아니라 주변 것들의 느낌이 먼저라고 믿게 되는 순간도 있다. 저들이 먼저 어색해 지는 것들. 그래서 내가 그렇게 느끼게 되는 것들. 탓을 돌리는 걸까. 내가 그렇게까지 약하고 예민한 건 아니라는 책임전가 말이다.
 그래서 난 언제든 비겁해질 수 있다. 상황을 세팅하는 건 쉬우니까. 생각이란 게 내 마음대로 안 될 때가 많지만 비겁해지기 위해선 마음대로 만들 수도 있다. 세뇌도 잘 되고 속이기도 쉽다. 그 후에 밀려오는 창피함은 모른 척 철판으로 이겨내면 그만이다.
 난 자이언티의 곡들을 대부분 좋아한다. ‘쿵’이라는 곡은 티비 프로그램에서 그가 공연한 곡이었는데 가사를 본 후 참 솔직한 곡이라고 생각을 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그대로 풀어 쓴 느낌이 들었다. 늘 쓰는 안경이 무겁고 자주 받는 조명도 너무 밝고 항상 대하던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럽다고 한다. 변한 게 없는데, 멜로디 속의 그는 비겁해졌다.
 늘 당연한 듯 누리고 살아온 것들이 사실은 내 것이 아닐수도 있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나에게 있는 건 실 오라기 하나 조차 내 것이 아닐수도 있다고. 쓸데없는 생각일 수도 있지만 내가 번 돈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내가 먹는 음식도 심지어는 내 이름까지 정말 내 모습이 맞을까란 생각을 몇 번 한다.
 그럼에도 난 늘 나를 속이며 아주 당연하고 뻔뻔하게 그것들을 걸치며 산다. 심지어는 철판 깔고 상처까지 내면서 말이다. 생각하려는 정신에 비해 게으른 몸뚱이가 자꾸만 나를 속인다. 그냥 누리라고. 그냥 받고 그냥 당연하게 있으라고. 그리곤 그게 너무나 달콤해 가만히 있는다. 비겁해지긴 참 쉽다.
 어차피 내게 있는 것들이라면 어색해지지 않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던져버리지도 않을 거면서 어색해 해봤자 거리감만 남을뿐이다. 그저 엉덩이 뭉개듯 뻔뻔하게 살아보기로. 그리고 이렇게 다짐하지 않아도 난 늘 뻔뻔하게 잘만 살아왔다고 인정하기로. 당연하지 않은 것들을 당연하듯 누리며 사는 것은 아주 아주 달콤한 일이라고.
 자이언티의 노래를 듣고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그의 솔직한 가사가, 사심 없는 멜로디가 나를 털어놓게 했다. 비록 인위적인 빗소리가 있지만 그것이 또 운치 있는 것이라고 나를 속이며 노래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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