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

2024년 봄, 기다림 끝에

by rufina

“아버지한테 메일이 왔네.”

아침 식탁에서 남편이 시아버지께 받은 메일을 읽어주었다.

“집 구하는 것에 대해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마라.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알아보렴.”

짧지만 따뜻한 그 당부는 내 속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했다. 예상보다 길게 시댁에 머물게 되면서, 하루빨리 집을 구해야 한다는 조급함에 마음이 복잡했다. 하지만 그 말을 듣고, 내가 너무 서두르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


그날 오후, 나는 류시화 시인의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라는 시를 읽었다.


모든 것에는 다 때가 있다.

하늘 아래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다 정해진 때가 있다.


류시화의 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p86. 구약성서 전도서> 중에서


이 단순한 진리는 내 뜻대로 풀리지 않는 상황 속에서 답답하고 불안했던 내 마음에 깊이 와닿았다. 마치, 지금 내가 들어야 할 말을 시가 대신 전해주는 것 같았다.



노르웨이에 온 지 한 달이 되어 간다. 남편과 나는 베르겐에서 세 시간 넘게 떨어진 작은 시골 마을에서 시어머니와 함께 지내며, 남편의 주민등록번호 갱신을 기다리고 있다. 성격이 급한 나는 모든 일이 너무 더디게 느껴졌고, 병원과 집 문제로 베르겐과 시댁을 오가느라 불안정하게 떠도는 기분에 지쳐 있었다. 그리고 배가 점점 불러오며, 하루라도 빨리 정착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그런데 시아버지의 당부와 류시화의 시는 내 마음을 다독여 주었다.

“적절한 때가 오면 우리 집도 자연스레 생기겠지.”

나는 그렇게 나 자신에게 말하며, 조금은 마음을 놓기로 했다.



돌아보니 내 삶의 중요한 순간들은 모두 기다림과 적절한 때의 결과였다. 때가 되어 남편과 만나 사랑하게 되었고, 때가 되어 그와 함께 노르웨이에 오게 되었다. 그리고 때가 되어 내게 소중한 쌍둥이들이 찾아왔다. 모든 일이 내 계획대로 흘러가지는 않았지만, 결국 가장 알맞은 때에 일어났다.


앞으로도 내가 바라는 때에 일이 풀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간절히 바라고 두드리다 보면, 적절한 때가 오고 길은 열릴 것이다. 그러니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가슴에 참을 인(忍)을 새기며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려고 한다.


모든 일이 때가 되어 풀리겠지.

202403 해질녁.jp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