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야, 이제 편히 쉬렴

2024년 봄, 엘리와 함께한 마지막 봄

by rufina

남편이 결혼 전부터 키우던 반려견이 있었다. 이름은 엘리. 남편에게 엘리는 한국에서의 외로움을 달래주던 소중한 동반자였고, 결혼 후에는 나와 남편의 삶을 풍요롭게 해 준 특별한 존재였다. 그런 엘리가 지난 월요일,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엘리는 푀르데(Førde)에 있는 공원에 다녀온 뒤 건강에 이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설사를 하더니 다리에 힘이 풀려 걷지도 못하고, 먹는 것조차 거부했다. 평소 활발하고 건강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조용히 누워 잠만 자는 엘리를 보며 걱정이 깊어졌다.

“왜 그러지? 먹지도 않고 잠만 자니 이상해. 긴 비행으로 피곤한 건가? 아니면 물에 들어갔다가 감기에 걸린 걸까?”
나는 스스로를 다독이며 단순히 피곤해서 그럴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엘리의 상태는 점점 더 나빠졌다.


결국 월요일에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그날 엘리는 마당에 누워 있다가 드라이브를 간다고 생각했는지 꼬리를 흔들며 자동차 트렁크에 올라탔다. 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찍은 결과, 엘리는 자궁축농증이 심각하게 진행된 상태였고 긴급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진료실에서 그 말을 들은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여보, 나 어지러워서 조금 나가 있을게.”
나는 진료실을 조심스레 나와 바깥 벤치에 앉아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마음을 가다듬으려 애썼다. 잠시 뒤 남편이 나를 부르러 나왔다.

“우리 엘리에게 마지막 인사를 해야 할 것 같아.”
남편은 슬픈 눈으로 침착하게 말했다. 병원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단순히 주사 한 대면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엘리를 하늘나라로 보내줘야 한다는 말을 듣고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말도 안 돼. 왜 그래야 하는 건데?”
“수술을 해도 다른 건강 문제로 오래 살 가능성이 없을 거라고 하시네. 엘리가 더 고통받지 않도록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


나는 갑작스럽게 이별을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에 오열했다. 병원 검진 중 엘리의 잇몸이 하얗게 변해 있는 것을 봤을 때, 상태가 심각하다는 걸 조금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집으로 데려가 조금 더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지금 상태로는 내보낼 수 없다고 했다. 아픈 동물을 방치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설명에 가슴이 찢어졌지만, 엘리를 데려가려는 내 욕심이 엘리에게 더 큰 고통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남편의 결정을 따르기로 했다.


“엘리야, 여기까지 함께 와줘서 고마워. 너 덕분에 정말 행복했어. 사랑해.”
나는 엘리를 쓰다듬으며 마음을 전했다. 눈물이 멈추지 않는 나를 보며 엘리는 마치 마지막까지 나를 안심시키려는 듯 물끄러미 나를 바라봤다. 그 눈빛은 나에게 "울지 마요. 당신과 함께해서 행복했어요. 사랑해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의사는 잠들지 않은 엘리를 확인한 후 마취제를 한 번 더 놓았다. 그러자 엘리는 스르르 잠이 들었다. 그리고 안락사 주사를 맞았다.

죽음을 확인한 수의사는 우리에게 작별 인사를 할 시간을 주기 위해 자리를 비켜줬다. 나와 남편은 엘리를 끌어안으며 다시 사랑한다고 말했다.


병원을 나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남편과 나는 한참을 울었다. 엘리는 나의 첫 반려견이었기에 더 특별했다. 그녀가 이렇게 빨리 떠날 줄은 몰랐다. 엘리를 더 잘 돌보지 못한 것 같아 죄책감이 들었다. 지난주 함께 갔던 공원, 노르웨이로의 여행이 엘리에게 무리가 되었던 것은 아닌지 자책도 했다.


생각해 보면 엘리는 노르웨이에서 정말 행복해 보였다. 한국에서는 일로 바빠 엘리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하루 종일 집 안에서 우리가 언제 오나 기다리던 엘리였다. 그렇지만 노르웨이에서는 우리와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며 산책도 더 자주 나갔다. 자연을 만끽하며 드라이브와 소풍을 다녔다.


대형견의 평균 수명인 10~12살을 고려하면, 12살까지 살았던 엘리는 오래도록 함께 해준 셈이다. 노년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며 큰 고통 없이 생을 마감한 것에 감사하게 된다. 어떤 개들은 오랫동안 아프다가 힘들게 생을 마감한다고 들었다. 엘리는 단 며칠간만 앓다가 떠났으니 다행이라 생각하려 한다.


죽기 전날 밤, 엘리는 내 옆에 누워 있다가 갑자기 고개를 들어 내 손길을 느끼며 눈을 맞췄다. 그 순간이 엘리가 나에게 보내는 마지막 인사였던 것 같다. 오랫동안 고통을 감추며 우리 곁에 머물렀던 엘리는, 이제 더 이상 아픔을 참고 견디지 않아도 되는 곳으로 떠난 것이다.


“정말 사랑스럽고 착했던 엘리, 하늘나라에서 건강하게 잘 지내. 아직도 네가 마당에 누워서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던 모습이 눈에 선해. 그렇게라도 자연을 더 느끼며 생을 마감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엄마와 아빠는 항상 널 생각하며 사랑할 거야. 너는 우리 마음속에서 영원히 함께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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