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나를 깨우는 시간

육아의 끝에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며

by rufina

의욕이 다시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한동안 무기력함에 잠겨 있었다.
무엇 하나 제대로 해낼 수 없을 것 같은 생각,
아무것도 해낼 자신이 없다는 실망감,
도전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는 부담감이
어깨를 짓누르고 가슴을 답답하게 했다.


특히 쌍둥이들의 유치원을 정하고 나니,
곧 나에게도 자유의 시간이 찾아오겠다는 기쁨과 함께
‘이제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질문이 고개를 들었다.


출산 후에는 육아에 전념하느라
생각할 겨를조차 없었다.
해야 할 일이 분명했기에
고민할 틈도 없었다.


하지만 자유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그 시간을 어떻게 의미 있게 보낼지
이제는 스스로 답을 찾아야 했다.


나도 일을 하고 싶었다.
가정의 경제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일을 통해 성취감도 느껴보고 싶었다.


그러던 중 남편이 우연히 인터넷에서 발견했다며
NAV의 취업 지원 및 사회 복귀 프로그램 링크를 보내왔다.


오랜 실직이나 건강 문제,
사회적 어려움으로 취업이 힘든 사람들을 돕는 프로그램이었다.
‘나도 이주민이니 해당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신청해 보았다.


며칠 뒤, NAV에서 전화 인터뷰 요청이 왔다.
갑작스러운 연락에 긴장했지만,
일하고 싶다는 의지를 전하려 애썼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소통이 문제일 것 같다”는 말이었다.
노르웨이어로 기본적인 상담과 교육이 가능해야
프로그램 참여가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언어가 문제라면,
아무리 간절해도 설득할 방법이 없다.


그 후로 다른 취업 자리를 찾아보았지만,
어디서든 같은 벽에 부딪혔다.
결국 결심했다.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은 언어다.


쌍둥이들이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면
지역사회에서 운영하는 언어 과정에 참여할 것이다.
그리고 6개월 안에
B1 수준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오늘도 결의를 다지며
게으름을 눌러 앉히고
노르웨이어 책을 펼친다.


조금 느리더라도,
한 걸음씩 나아가 본다.


다시 나를 깨우는 시간은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된다.



*NAV(Norwegian Labour and Welfare Administration)는 노르웨이 정부의 노동·복지 기관으로, NAV Qualification Program을 통해 장기간 실직 등으로 취업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직업 상담과 교육을 제공하며 사회 복귀와 일자리 찾기를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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