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떨어져 있던 날

유치원 둘째 날, 낮잠 시간에 집에 돌아오며

by rufina

쌍둥이들이 유치원에서 낮잠에 든 사이, 잠깐 집에 다녀왔다.
유치원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도, 집 안에 들어서서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편하다거나 자유롭다는 생각보다는, 허전함이 가슴 가득 차올랐다.


꽤 오랫동안 나는 쌍둥이의 유치원 등원을 고대해 왔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집에서 육아를 하며 보내는 하루하루는, 솔직히 많이 힘들었다.
반복되는 일상은 지루했고, 아이들과 제한된 공간에 머무는 시간은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쌍둥이들이 유치원에 가기만을 기다렸고,
조금이라도 더 일찍 등원할 수는 없는지 남편에게 유치원에 문의해 달라고 부탁한 적도 있다.


그런데 그렇게 기다리던 순간이 막상 찾아오자,
마치 무언가를 떠나보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침에 급히 나가느라 정리하지 못한 그릇을 설거지하며
집 안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아이들의 흔적은 그대로인데,
아이들의 소리도 모습도 없는 그 순간이 낯설기만 했다.


그때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기분이 참 이상해.
아기들이 독립해서 떠난 기분이 드는 거 있지…”


내 말에 남편은 이렇게 답했다.


“그러니까.
1년 4개월 동안 함께했던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이제 알겠지?
이제 그런 시간은 다시 오지 않을 거야.”


정말 그렇다.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지나고 나서야 이렇게 또 깨닫는다.
왜 소중한 것들은 늘 지나고 나서야 그 가치를 알게 되는 걸까.


그 시간 동안 피곤하다, 답답하다고만 불평하지 말고
조금 더 집중해서, 조금 더 사랑하며 보낼걸 하는 마음이 남는다.


그리고 이 마음은,
오늘 결국 쌍둥이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되었다.



사랑하는 H와 S에게


오늘은 너희가 유치원에 간 지 이틀째 되는 날이었어.

엊그제부터 엄마는 괜히 마음이 떨려서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단다.
너희가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이 첫걸음이 너희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게 될지
이런저런 걱정이 문득문득 떠올랐어.


그런데 엄마의 염려와는 달리,
너희는 유치원에서 울지도 않고 잘 지냈단다.


처음엔 조금 낯선 듯 긴장한 표정을 짓더니,
시간이 지나자 이리저리 장난감을 살피며
새로운 환경에 천천히 적응해 나가더라.

그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엄마 마음이 괜히 허전해졌어.


사실 엄마는 너희가 유치원에 가는 날을 기다리고 있었거든.
엄마에게도 조금은 숨을 고를 시간이 필요하던 때였으니까.

그런데 막상 보내고 나니,

늘 곁에 있던 너희가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묘해졌단다.

그동안 엄마가 이 낯선 나라에서 하루하루를 버틸 수 있었던 건
너희 덕분이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었어.


내일부터는 오늘보다 조금 더 오래
유치원에 머물게 될 거야.
그래도 내일도 엄마가 함께할 테니,
어제와 오늘처럼 천천히, 너희 속도대로
조금씩 적응해 나가면 돼.


엄마도 너희의 용기에 힘을 얻어서
엄마만의 홀로서기도 잘해보려고 해.


오늘 집에 돌아오면,
한 번 더, 오래 꼭 안아줄게.


사랑을 담아,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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