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거리를 건너 남아 있는 마음
노르웨이에 와서 그리운 것들이 많다.
음식, 살던 집과 동네, 그리고 익숙했던 일상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그리움은 사람이다.
가족은 말할 것도 없고, 인생의 순간순간 함께 했던 사람들을 그리워할 때가 많다.
그 그리움을 남편과 나는, 그들과의 추억을 이야기하며 달래곤 한다.
오늘은 남편과 갑자기 S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한국에 있을 때 그는 남편의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내게는 삶의 은혜로 남은 사람이었다.
그는 거의 매일 밖에서 누군가와 어울리며 하루를 마무리하곤 했다.
에너지가 많고, 흥이 넘치는 사람.
어쩌면 다 맞는 말이지만,
내가 본 그는 혼자라는 사실을 마주하는 것이 두려운 듯 보였다.
그는 해외 입양으로 이탈리아에 갔지만, 가족과의 관계는 좋지 않았다.
어렵게 찾은 한국의 가족에게서도 외면당했다.
그래서 그는 늘 가족이라는 울타리 없이 살아왔다.
소주와 삼겹살, 그리고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던 그는
남다른 유머와 행동으로 종종 주변 사람들을 웃게 했다.
그러나 그 웃음 뒤에 숨은 외로움과 마음의 빈자리를, 남편과 나는 알고 있었다.
맛있는 음식을 하는 날엔, 그를 집으로 초대했다.
함께 식사를 하며 그에게 마음의 식구가 되어 주고 싶었다.
그는 우리의 마음을 고마워했다.
그리고 우리가 필요할 때면 언제나 손을 내밀어 주었다.
그런 그의 마음에 우리도 고마워했다.
우리가 한국을 떠난다고 했을 때, 그는 슬픈 눈을 지었다.
그래도 자신의 아쉬운 마음보다 우리의 새로운 도전을 먼저 걱정하며, “잘 살아라”라고 말했다.
한국을 떠난 뒤에도 우리는 가끔 그에게 짧은 인사를 보냈다.
서로가 여전히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었다.
그가 잘 지내는지 궁금해 남편이 처음으로 국제전화를 걸었다.
처음엔 받지 않던 그가 남편의 문자를 보고 전화를 걸어왔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그의 목소리는 참 반가웠다.
그도 남편의 전화가 반가웠는지, 들뜬 기운이 묻어났다.
그는 자신이 자주 연락하지 못한 나쁜 친구라며 미안해했다.
남편은, “서로 늘 생각하고 있으니 괜찮다”라고 말했다.
언제 다시 만나 고기를 구워 먹으며 술잔을 기울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날이 올 때까지 그가 건강하고 씩씩하게 잘 지내길.
우리는 여전히 친구다.
그 마음을 그도, 우리도 늘 기억하길,
마음속 깊이,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