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갈팡질팡

OJT 1

by RUKUNDO

오랜만에 짐을 또 싼다.

애초에 짐을 제대로 푼 적도 없으니,

뭘 챙기는 건지도 모르고 그냥 주섬주섬 넣는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파견지로 OJT(On the Job Training)를 떠난다고 하니, 마음이 또 이상하다.

지긋지긋하다고 생각했던 숙소도, 매일 티격태격하던 동기들도 잠시 안녕이다.


이제 우리는 각자 자신이 살게 될 지역으로 뿔뿔이 흩어진다.

잠시일 뿐이지만, 지금 가는 그곳이 곧 우리의 삶이 될 것이다.

지금의 시간을 그리워할 순간이 오겠지.


얼마전 굿네이버스 사업을 견학하기 위해 현지 학교를 다녀온 이후,

빨리 파견지에 가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녔다.

그런데 막상 떠나려니, 설렘 때문인지 마음이 쿵쾅거린다.

한국에서 떠나올 때와는 다른 감정이다.

두려움은 좀 더 구체적이고, 설렘은 조금 더 현실적이다.


앞으로 3주간은 동료의 집에서 홈스테이를 할 예정이다.

얼굴한번 본적 없는 동료의 집에서.

함께 지낼 동료의 이름은 '쥬디'라고 했다.

이름만 보면 여자일 것 같지만, 확실하진 않다.

내가 가게 될 학교와 동료의 이름까지만 알려주고,

그다음부터는 알아서 하란다.


당장 버스는 어디서 타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짐은 뭘 챙겨야 할지도 막막하다.

쥬디네 집은 어디에 있는지, 휴게소는 있는지,

간단한 정보조차 아는것이 없다. 바보가 된 느낌이다.

모래밭에서 바늘을 찾는 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지난번 선배 단원이 알려준 버스 정류장에 가서

그냥 “기세니!” 하고 외치고 다녀야 하는 걸까.


우선 앞으로 맡게 될 업무에 대해 기관과 협의를 해야 한다고 한다.

그 ‘협의’라는 게 대체 뭘 의미하는지, 어떻게 진행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집도 구해야 한다.

한국에서도 집을 구해본 적이 없는데,

르완다에서 그걸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막막하기만 하다.


한국인이 있다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텐데, 기세니에는 나와 내 동기 딱 둘뿐이다.

그마저도 각자 다른 기관에 배치된다.

한 명은 산 위에, 한 명은 산 아래에.

그래도 함께 이동할 수 있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정리해보니, OJT의 목표는

‘진짜 르완다 삶’을 살기 위한 기반을 다지는 것 같다.

하나, 집을 구할 것. 월 임차료는 300달러 이하, 전기와 물이 나오는 곳이면 된다.

둘, 기관과 원활한 업무 협의를 이끌어낼 것.

단 두 줄의 목표인데, 왜 이렇게 압박감이 드는 걸까.


이게 진짜 르완다의 삶일까, 아니면 세상으로 나아가는 관문일까.

그래도 어떻게든 되겠지. 어쨌든 후진은 없다.

부딪히다 보면 결국 길이 생길 것이다.

진짜 나만큼 갈팡질팡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다.


가고 싶은 건지, 가기 싫은 건지.
어차피 갈 거라면 조용히 가면 좋으련만,

왜 이렇게 왔다 갔다 감정이 요동치는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간다니 또 괜히 신이 난다.
속도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