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JT 2
왁자지껄.
버스터미널의 이미지를 한 단어로 표현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말이 있을까.
충격적인 이곳의 버스터미널은 상상 이상이다. 아수라장이 따로 없다.
일반적인 버스터미널은 우선 ‘터미널’이라는 푯말이 있을 것이다. 문 앞이든, 건물 위든, 어디든
하지만 이곳은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
시력 2.0인 내 눈에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부족한 내 현지어 실력 때문일까.
표를 사야 하는데 어디서 사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무지개색의 대형버스가 이곳저곳 널려있고,
작은 버스도 사이사이에 숨어있다.
이곳이 빨랫줄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차라리 나도 빨래처럼 같이 널려있고 싶어졌다.
거북이 등 같은 가방을 메고,
챙이 넓은 모자를 눌러쓴 채 두리번거리는 나에게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뭐라고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무섭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해서 울고 싶었다.
사람들은 그새 흥미가 떨어졌는지 각자 갈길을 찾아갔다.
터미널의 흙먼지와 나만 덩그러니 남았다. 나도 어디든 가고 싶었다.
현지에 가기도 전에 맞이한 첫 번째 고비였다.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못 찾아서”
한국에 돌아간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버스 정류장이 너무 무서워서 현지에 못 갔어요.”
이것도 마찬가지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다.
나는 이 속담이 사실이길 바랐다. 아주 간절히.
혼란스러운 틈에 버스를 타는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했다.
그들의 손에 무언가 들려 있었다.
그리고 버스 앞에 한 사람이 서서 그것을 반으로 찢어 가져갔다.
티켓이다. 티켓이 필요하구나!
나는 티켓을 사야 했다.
발끝부터 머리카락까지 모든 에너지를 끌어올려, 눈과 귀로 집중했다.
티켓박스를 찾아야만 했다.
흙바닥 위로 사람들과 버스가 오가며 만들어내는 뿌연 먼지를 지나 무작정 걸었다.
어디든 벽으로 보이는 것이 나올 때까지.
그리고, 드디어 벽에 붙은 철창 너머로 사람이 앉아 있는 창구가 보였다.
티켓박스를 찾은 것 같았다.
겨우 티켓창구를 찾고 나니 괜히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아무리 르완다라도, 티켓 파는 곳에 대한 안내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너무한다.
창구 앞에는 역시나 아무 글씨도 없었다.
이제 실전 회화의 시간이었다.
하지만, 한 달간 배운 현지어로는 도저히 표를 살 수 없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눈치코치가 아니던가!
나의 눈치코치 실력은 꽤 좋은 편이니 그것을 믿어보기로 했다.
사람들 틈에서 무작정 내가 가야 할 지역 이름을 외쳤다.
“기세니!”
몇몇 티켓 부스를 지나며 같은 말을 반복하자,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왠 동양 여자가 같은 말만 되풀이하니 신기했던 모양이다.
사람들의 손끝이 하나둘 방향을 가리키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람이 만들어내는 이정표를 따라 도착한 곳엔,
‘Volcano(볼카노, 화산이라는 뜻)’라고 쓰인 버스가 있었다.
기껏 티켓 파는 곳을 찾았는데 나를 버스로 보낸 사람들이 원망스러웠다.
포기하고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 무렵,
버스 문 앞에 서 있던 한 사람이 나를 붙잡았다.
그 사람의 손에는 종이 표가 들려 있었다.
그제야 알았다.
버스 앞에서 표를 팔고, 찢어서 내주는 구조였다는 걸.
티켓을 사고 버스에 오르는 순간, 마치 개선문을 통과하는 기분이었다.
별것 아니지만,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왠지 앞으로의 삶도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고자 하면 되는 모양이다.
정말 궁하면 통하나 보다.
나는 이제 기세니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