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JT 3
색깔도 무늬도 다른데 괜히 애벌레가 떠오르는 작은 버스를 탔다.
산길을 4시간을 달려야 하는데 이런 버스가 말이 되는 건가 싶다.
시내를 돌아다니는 버스와 같은 버스였다. 게다가 버스 어디에도 행선지가 적혀있지 않았다.
괜히 불안해 표를 몇 번이고 들여다보았다.
버스에 온전히 몸이 실리고 나니, 그제야 터미널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자신의 버스에 한 명이라도 더 탑승객을 받기 위해 소리치며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호객꾼들.
작은 버스 지붕에 올라 짐을 싣는 사람들.
창문 밖으로 팔을 뻗어 물건을 파는 상인들.
사람들의 목소리와 짐의 무게와 터미널 냄새가 뒤섞여 하나의 거대한 소용돌이를 만들었다.
카오스. 이것이 카오스가 틀림없다.
창문 곁에 앉은 나에게도 상인들이 줄지어 찾아왔다.
음료수, 소금에 절인 땅콩, 사모사, 카사바 떡,
선글라스, 모자, 가방, 티셔츠까지.
들고 있는 물건이 너무 다양하다.
이곳이 잡화점인지 버스인지 헷갈릴 정도다.
이미 짐이 한가득인 데다 입맛조차 돌지 않아 고개를 저으며 괜찮다는 말만 반복했다.
괜찮다는 말이라도 현지어로 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티켓에 쓰인 출발시간을 지난 지 한참 지났다.
아침 일찍부터 움직였는데, 대낮이 되어서야 버스가 조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5행 4열의 버스좌석에 사람이 빽빽이 앉고 나서야 작은 버스가 출발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만석이 되어야 떠나는 시스템인 듯하다.
키갈리를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도로와 창 밖의 풍경이 달라졌다.
초록초록한 들판과 울퉁불퉁한 아스팔트가 펼쳐졌다.
30여분 쯤 흘렀을까, 울퉁불퉁했던 아스팔트가 그리울 정도의 훨씬 거친 흙길이 이어졌다.
오프로드를 달리는 듯한 충격이 온몸으로 전해졌다.
창 밖 풍경은 어느새 빽빽한 나무와 아슬아슬한 낭떠러지로 바뀌었다.
오금이 저려왔지만 속도는 줄지 않았다.
운전기사의 운전실력을 의지하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이렇게 불안한데, 좌우앞뒤를 살펴봐도 모두가 평온하다.
그 모습에 조금 안심이 되었다.
산길이 더 험해지고, 숲은 점점 더 울창해졌다. 산이 짙어지는 기분이다.
어두워지는 것이 하늘인지, 산의 풍경인지 나의 마음인지 알 수 없다.
좁고 꼬불거리는 산길이 어지러운 나의 마음을 닮았다.
몇 개의 산을 지나야 내가 지낼 곳이 나오는 것일까.
휴게소 하나 없는 행선지…
현지인들 틈에 이렇게 앉아있는 것이 르완다에 와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제야 이 땅에 도착했다고 해야 할까.
르완다 속으로 들어왔다고 말해야 할까.
꼬불거리는 산길을 달리는 동안, 내 머릿속 생각들도 끝없이 꼬이고 풀렸다.
낭떠러지 너머로 펼쳐진 풍경은, 그럼에도 고요하고 아름다웠다.
그 평온한 풍경 속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숨어 있을까.
그리고 나는 그 안에 무사히 스며들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