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과 책임감

by RUKUNDO


책임 (責任)
1. (명사)맡아서 해야 할 임무나 의무.
2. (명사)어떤 일에 관련되어 그 결과에 대하여 지는 의무나 부담. 또는 그 결과로 받는 제재(制裁).
3. (명사) 위법한 행동을 한 사람에게 법률적 불이익이나 제재를 가하는 일. 민사 책임과 형사 책임이 있다.
책임감 (責任感)
(명사) 맡아서 해야 할 임무나 의무를 중히 여기는 마음.



회사원에게 ‘책임’이란 무엇일까?

각자의 업무가 다르고, 각자의 자리마다 해야하는 역할이 다르니 일반화하는 것은 어렵다. 그럼에도 감히 한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월급값’이라는 말이 가장 현실적인 정의라고 생각한다. 사명이라고 하기엔 너무 거창하고 과한 표현인 것 같고, 다른 단어를 찾기엔 마땅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으니 말이다.


몇 년째 연봉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했다.

‘회사가 어렵다’는 이유였다.

사실, 내가 입사한 이후 회사가 풍족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경영진들은 성과급을 반납하고, 희망퇴직까지 이어지는 어려운 시기였다. 몇 년째 텅 빈 통장을 바라보면 속상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 곳에 남은 숫자들은,

내가 회사를 위해 소비한 시간이 얼마나 공허했는지 알려주는 것 같기도 했다.


연봉이 오르지 않는 것은 회사를 나가라는 신호라고들 한다.

그러나 내 주변의 그 누구도 차마 회사를 박차고 나가진 못했다. ‘회사밖은 지옥’이라는 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서 였을까. 풍족하진 않지만 매달 안정적이게 들어오는 월급의 달콤함 때문이었을까. 비겁하게 남은 사람들은 아무말도 못한 채, 챗바퀴 돌듯 출근 하고 퇴근 할 뿐이었다.


그 중 몇몇 사람들은 합리적이라고 주장하는 논리를 펼쳤다.

회사가 우리의 노동력에 맞는 월급을 주지 않는다면, 자체적으로 업무량을 줄이면 된다는 이론이었다. 그렇게 ‘자체적으로’ 업무를 조정하던 사람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계급이 생기기 시작했다. 서로가 서로를 의식하며 상대적 박탈감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정도껏’이라는 벽은 무너져 내렸고, ‘자체적’이라는 말은 오히려 새로운 장벽이 되기 시작했다. 결국 회사에는 프리라이더가 늘어만 갔다.


과연, 그들에게 책임이라는 잣대를 들이밀어도 되는 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라며 질책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요즘, 회사에서 책임감을 갖고 일하는 사람은 호구가 되기 십상이다.

손해를 본다. 그럼에도 나는 나의 자리를 지킬 수 밖에 없다.

그냥 나는 내 자리에서 묵묵히 해야할 일을 할 뿐이다.


그들이 옳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틀렸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부당한 짓을 일삼는 이 회사를 박차고 나가지 못하는 나의 비겁함이 싫고, 안정적인 월급에 달달하게 녹아버린 내가 그저 수치스러울 뿐이다. 그 수치스러움의 대가가 책임감으로 남아 오늘도 나를 출근길로 떠민다.


나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는 말로 정신승리를 해보지만,

나도 알고 땅도 알고 하늘도 안다. 그건 아니라는 것을.


책임은 월급값.

책임감은 뭐라고 표현을 해야하는걸까? 월급에 대한 나의 사랑과 애정?

내가 맡은 업무에 대한 열정? 일을 하는 나에 대한 존경?


국어사전의 책임과 책임감의 정의는 참 깔끔한데,

회사원의 어휘사전에서 책임과 책임감은 그렇게 깔끔하지가 않다.

시간이 지나면, 나도 책임감에 대한 정의를 찾을 수 있을까?

책임을 다하는 나를 자랑스러워 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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