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by RUKUNDO
월요일 (月曜日)
(명사) 한 주(週)가 시작하는 기준이 되는 날.



월요일을 정의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먼저 물리적으로 정의하면 지구의 자전과 공전 운동에 따라 만들어지는 시간의 개념이다. 지구가 한 바퀴 자전하는 동안 우리가 경험하는 하루, 그중 달력상 특정 위치에 있는 날이 ‘월요일’이 되는 것이다. 수없이 많이 반복되는 여러 날 중 고작 하루일 뿐이다.논리적으로 정의하면 조금 더 인지적인 접근과 가까워진다. 달력의 고정된 순환구조 속에서 반복되는 시간 단위 중 하나로, 일주일의 첫 번째 날을 말한다. 일요일 다음, 화요일 이전의 날이다. 개념적으로 정의하면 더 쉽다. 한 주의 시작, 사회·문화적 합의에 의해 일상생활의 시작점으로 인식되는 시점을 말한다.


내가 말하고 싶은 월요일에 대한 이야기는 개념적인 정의에 가깝다.

나는 월요일은 ‘휴일의 다음날’로 정의하고 싶다. 그래야 월요병에 대한 이야기가 더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월요일마다 겪는 ‘월요병’, 증상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보편적인 양상은 이렇다. 일요일 저녁, 휴일의 마지막 날, 괜히 머리가 아프고 속도 안 좋은 것 같다. 다음날 출근에 대한 압박과 끝나가는 휴일에 대한 미련, 그 사이에서 마음이 뒤틀린다. 아무것도 안 해서 아쉽고, 무언가 많이 해서 더 아쉬운 지나간 시간에 대한 집착의 결과다.


사실, 출근이라는 건, 하면 하는 것이다. 특정 요일이라고 딱히 덜 힘들 건 없다. 그런데 화요병도 없고, 수요병도 없고, 금요병도 없는데 왜 월요일만 특별한 것일까. 단지 휴일에 대한 미련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그러기에는 너무 과한 느낌이다.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한주를 살펴본 결과, 답은 ‘회의’였다. 왜 월요일에는 회의가 많은 것일까? 아마도 월요일을 특별하게 만든 사회/문화적 관습때문일 것이다. 한 주가 시작되었으니,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지난 주의 실적을 점검해야 한다. 그래서 가지각색의 회의들이 넘쳐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높은 분들의 회의가 있고, 그 결과를 전달하는 또 다른 회의가 있다. 그리고 그 결과를 실행하기 위한 회의가 있고, 또 그 실행에 대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회의가 있다. 이렇게 회의가 반복되면 처음의 목적은 희미해진다. 목적은 사라지고 사족만 잔뜩 붙어 무엇을 해야하는지조차 모호한 상황이 도래하는 것이다.

조직의 가장 하층계급에 속한 나는 보통 ‘사족 가득 회의’에 참석하게 된다.


신입사원 시절엔 이런 상황이 지더 힘겨웠다. 휴일 후유증으로 마음이 울렁거리는 상태였다. 이미 머릿속은 미련은 철철, 한 주의 시작에 대한 암담함, 속절없는 시간에 대한 원망까지 섞여, 아무일이 없어도 복잡했었다. 이와중에 회의내용은 도무지 해석도 되지않았다. 수첩에 들리는 말을 다 받아적어도 무엇을 해야하는지 알 수 없었다. ‘사장님 가라사대’, ‘부장님 가라사대’, 이런 이야기들 사이에서 어떤 것이 업무 지시인지 헛소리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문해력의 문제인지, 청해력의 문제인지 알 수 없다. 질문을 하려해도 아는 게 없으니 할 수가 없었다. 오라는 회의는 많고, 뭘 해야하는지 알 수 없어 ‘동공지진’ 상태로 자리에 앉으면 진이 다 빠지곤 했다.


이런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준다. 연차가 쌓이면 요령이 생긴다.


먼저, 회의는 선택적으로 간다. 오라고 해서 다 갈 필요는 없다.

꼭 가야할 곳만 추려서 가면된다. 걸러내는 요령을 익히려면 시간이 필요하긴 하다. 물론,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적당한 핑계는 준비해야만 한다. 회사에 대단한 분들이 많으니, 나 한명 빠졌다고 큰일이 날 리 없다. 그리고, ‘가라사대’가 붙은 말은 앞뒤로 그냥 쳐내면 된다. 대부분 사족이다. 주말 감상에 잠긴 어른들의 말씀이 대부분이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라는 표정으로 앉아 고개를 끄덕이면 그 뿐이다. 중요한 것은 고개를 끄덕거리고, 수첩에 무언가 계속 적는 것이다. ‘나는 당신의 고귀한 말을 경청하고 있습니다’라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주는 것이 핵심이다. 마지막으로 마음을 편하게 먹는 것이 중요하다. 정말 해야 하는 일은 직감적으로 안다. 그런데 월요일 회의에서 나오는 의견 중 그런 일은 거의 없다.


이제는 회의를 다녀와서 진이 빠지지도, 혼란스럽지도 않다.

신기한 건, 여전히 월요일이 싫다는 것이다. 전쟁이 난다면 월요일 새벽에 나기를 바라고, 천재지변이 발생할 거라면, 이왕이면 예고 없이 월요일 아침에 터졌으면 좋겠다. 만약 내가 일주일을 재정의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월요일은 빼고 ‘화수목금토토토토토토일’로 바꾸고싶다. 왜 일주일은 꼭 7일이어야 하고, 휴일은 이틀뿐인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개념적으로 정의해보고, 물리적으로 따지고, 원인과 결과를 열심히 따져도 다 소용없는 일이다. 월요일은 그냥 직장인과 궁합이 맞지 않는 날이다.


그냥 빨리 토요일이 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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