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ail

by RUKUNDO
이메일 email

(명사) 컴퓨터의 단말기 이용자끼리 통신 회선을 이용하여 주고받는 글.

업무의 절반은 이메일을 통해 진행된다.

사회생활의 시작은 업무용 이메일 작성의 시작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주로 “안녕하세요, OOO의 OOO입니다”로 시작해서 “추가 문의 사항이나, 필요한 내용이 있으시면 언제든 연락주세요. 감사합니다”로 끝나는 적당한 친절과 예의가 곁들여진 양식을 사용한다. 그 사이에는 요청, 문의, 항의, 제출 등 다양한 내용이 포함된다. 간단해 보이는 형식이지만, 지금은 익숙한 이 형태를 만들어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신입사원 때는 이메일 하나 작성하는데 하루 종일이 걸렸다.

붙임파일은 완성되었는데, 업무용 이메일은 어떻게 작성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너무 사소한 일이라 알려주는 사람도 없다. ‘회사원’으로 지칭되는 어른의 이메일을 작성하는 것은 감히 내가 할 수없는 일처럼 느껴졌다.


메일을 받자마자 망설임 없이 회신하는 선배들이 부러웠다.

간단한 자료 요청 메일을 보내는데도, 혹시 무례한 단어가 없는지,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할만한 내용이 들어있지 않은지 한 글자 한 글자를 고민하며 골랐다. 회신하는 사람의 편의성을 고려해 자료의 양식은 최선을 다해 간단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종일 고민해서 완성해도, 바로 보내지 못했다. 혹시나 잘못되었을까 전전긍긍하며 다른 동기들에게 미리 보내 피드백을 받고 수정하는 일도 반복했다. 그렇게 긴장 속에 발송 버튼을 누르고 나서야 숨이 제대로 쉬어졌다. 돌아온 메일에 “수고했어요”, “고마워요” 정도의 말이라도 있으면 다음 날까지 신이 났다. 문장 하나에 일희일비하는 비효율적인 시간이었다.


가끔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하루에도 십 여통이 넘는 메일을 주고받지만 고민 따위 하지 않는다. 보낸 사람은 확인하지도 않고, 요청 내용을 파악하고 해야 할 일을 추린 후 최대한 빠른 회신을 한다. 요청 내용과 회신 기한 외에 보이는 것이 거의 없다. 인간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기계적인 작업이 된 것이다. 요즘 나의 삶과 닮았다. 돌아보니 과거 나의 서툰 메일에 정성껏 답변을 해주던 선배들에게 새삼스레 고마운 마음이 든다. 나는 그런 선배는 되지 못한 것이 조금 죄스럽기도 하다. 내리사랑이라고 했건만, 받은 것을 제대로 돌려주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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