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by RUKUNDO
감정 (感情)
(명사) 어떤 현상이나 일에 대하여 일어나는 마음이나 느끼는 기분.


감정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뒤에 노동자라는 단어가 따라 붙는다.

감정 노동자.


이 단어는 참 슬프다.

특정 직업에만 머무르는 단어가 아니다.

대민 업무나 콜센터 직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나는 회사에 다니는 모든 사람이 감정노동자라 생각한다. 사실 회사에서는 모두가 감정노동자가 맞다.


기분이 태도가 되면 안 된다는 사실을 모두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기분이 태도가 되는 사람이 참 많다. 윗사람일수록 더하다. 그들의 기분은 태도가 되어 아랫사람의 감정을 상하게 하고, 상한 감정은 다시 나쁜 기분을 만들며 태도로 이어진다. 이런 구조 속에서 결국 모든 사람은 감정노동자가 될 수밖에 없다.


회사에서 감정의 흐름은 먹이 사슬 같다.

최상위 포식자의 기분이 상위 포식자에게 전해지고, 다시 중위 포식자에게 그리고 맨 아래까지 이어진다. 안타까운 것은 그 어느 한 단계에서라도 멈춰지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다. 누구든 기분이 태도가 되는 행위를 멈춘다면 얼마나 좋을까. 너나 할것 없이 기분이 태도가 되고, 태도는 다른사람의 감정으로 전이된다. 각 사람만의 감정이 더해지고 더해져 내려온다. 그래서 맨 아래 계급의 사람들이 그 행위를 받을때는 몇 사람의 감정이 전달되어 받는지 헤아릴 수 조차 없다. 그저 버티고 견뎌야 하는 상황이 될 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현실을 모두 알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하면 안된다는 것도 알고있다.

그러나 학습되고 답습되는 행동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조직문화는 해가 지나고 세대가 지나도 꾸준히 이어질 뿐이다. ‘억울하면 승진해’라는 말로 헛웃음을 지으며 말이다.


이런 현실 앞에서 나는 여전히 꿈을 꾼다.

아직도 철이 없는 것인지 언젠가는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일터가 되길.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하는데, 바꿀만한 힘도 없으면서 계속 이뤄질 수 없는 것을 꿈꾸는 내가 참 어리석다. 하지만 누군가 한명쯤은 허황된 꿈을 꿔도 괜찮지 않을까. 그리고 사실 나쁜 꿈도 아니니까. 모두가 한방향을 바라볼때 멍하니 떨어져 그들을 지켜보는 나같은 사람이 있어도 될 것 같다.

모두가 괴로운 회사보다는 정상적인 범주의 사회가 되면 좋지 않을까?

아무튼 매일 나와야 하는 곳이니 말이다.


매일의 일상은 아무일도 없어도 괴롭다.

안굴러가는 뇌와 몸을 움직이는 노동도 참 고달프다.

거기에 감정까지 노동에 동원되어야한다는 건 슬픈일이다.

그래서 감정을 느끼는 것 마저 싫어지는 상황까지 이른다.

기분은 행동이 되지 않고 감정으로 남아 따뜻함으로 서로에게 스며들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 출근이 이렇게 괴롭지 않을텐데 .


기분이 태도가 되면 안된다고 믿는 단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오늘의 기분을 태도로 바꾸지 않고 차분히 소화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한 사람이 오늘은 내가 되면 좋겠다고 다짐한다.

위에서부터 내려온 감정의 흐름을 잘 삭여내며, 악순환을 끊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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