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 (夜勤)
(명사) 퇴근 시간이 지나 밤늦게까지 하는 근무.
야근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특히 18시가 지나면 냉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는 우리 회사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나는 야근을 하면 괜히 자존심이 상한다.
회사에서 주어진 일을 제시간에 끝내지 못했다는 뜻 아닌가. 그 생각만으로도 불쾌하다. 그래서 나는 야근을 할 때면 조용히 일한다. 나의 부족함을 홍보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최대한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밥이나 차는 정중히 거절한다. 마치 ‘나머지 공부’를 하는 학생처럼 불편한 기분을 하루라도 빨리 털어내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하루를 되짚는다. 대체 오늘 무슨 짓을 했을까. 업무 시간에 허투루 보낸 순간이 있었나. 그렇게 반성하며, 다시는 이런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다시 생각해 보니, 야근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에게 야근은 일종의 자랑거리다. 자신이 야근을 해야 할 만큼 일이 많다는 사실을 온 동네방네 알리고 다닌다. 그리고 야근을 빌미로 저녁을 먹으러 간다. 구내식당에 가거나 야식을 시켜 먹으며 한두 시간을 보낸다. 그 후에는 티타임까지 갖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 언제 일을 하는지 알 수 없지만, 결국 아주 늦게 집에 간다. 집에 가기 전에는 다른 사람에게 메일을 보내거나, 상사에게 괜히 시답잖은 결재를 하나 올리고 가는 것을 잊지 않는다.
일하러 남은 나에게 이런 사람들의 존재는 그야말로 스트레스다.
회사에서 야근까지 하며 열심히 한다고 안타까워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내가 싫어하는 그 부류다.
물론 회사에서 홍보와 자기 어필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이런 것까지 어필해야 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
나는 평생 못할 일이라 생각한다. 사실 야근 그 자체보다도, 남아서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애써야 한다는 사실이 더 싫다. 야근은 상대적 박탈감을 만드는 시간이라서 더 힘들게 느껴진다.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나도록 일하면서,
스스로도 인정받지 못하고 남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며,
수당조차 받지 못하는 내가 가끔은 불쌍하게 느껴진다.
나를 밤늦게까지 붙잡아 두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한 번쯤 고민해 봐야겠다.
책임감인지, 어쭙잖은 소명의식인지, 아니면 노예근성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