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休暇)
(명사) 직장ㆍ학교ㆍ군대 따위의 단체에서, 일정한 기간 동안 쉬는 일. 또는 그런 겨를.
회사원에게 중요한 것에 순위를 매기라고 하면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것이 ‘휴가’가 아닐까.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휴가는 상위권에 있어야 한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이름도 많고 종류도 많고 사유도 다양한 것이 휴가다.
더운 여름에 쉬다오라고 주는 하계휴가.
회사 창립일을 기념하는 창립기념휴가.
건강검진을 하러 가는 날 쓰는 건강검진휴가.
회사를 오래 다닌 이들을 위한 장기근속휴가.
아픈 사람들을 위한 질병휴가.
(물론, 이 모든 휴가가 우리 회사에 있는 것은 아니다.)
근무한 날로 인정되고 급여도 지급되는 유급 휴가.
돈은 주지 않지만 쉴 수는 있는 무급휴가까지.
휴가의 이름과 종류는 다양하지만
그 휴가가 온전한 ‘쉼’을 보장하는지는 또 나른 문제다.
“휴가 = 휴식”인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회사를 벗어나도 완전히 ‘역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나이가 들수록 책임은 더 분명해지고 그 무게도 함께 커진다.
결혼을 하면 서로의 배우자가 되고, 새로운 가족에게는 사위나 며느리가 된다.
부모가 되면 엄마가 되고 아빠가 된다. 누군가의 전부가 되기도 한다.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어느 순간 부모님을 돌보는 입장이 된다.
휴가를 내고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시기는 지극히 한정적이다.
틈이 있을 때 쉬고, 즐길 수 있을 때 즐겨야 한다.
‘쉼’을 어렵게 만다는 이유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요즘은 휴가를 자유롭게 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황금연휴만 되면 휴가는 여전히 ‘눈치게임’이 된다.
상사뿐 아니라 후배와 동료들에게 구구절절하게 나의 ‘쉼’의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사유를 대놓고 물어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설명은 해야 하는 이상한 분위기다.
내가 자리를 비우면 그 업무가 자연스럽게 주변사람에게 흘러가기 때문일 것이다.
휴가를 쓰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휴가가 업무를 사라지게 하지는 않는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고 회사마다 다르다.
우리 회사에는 다른 사람의 전화를 당겨 받지도 않고,
업무를 칼같이 나누어 자신의 일이 아니면 손도 대지 않는 이가 있다.
이 사람은 황금연휴만 되면 아주 자연스럽게 휴가를 내고,
외부에서 감사를 앞두고는 조용히 해외로 떠나버린다.
이 사람 덕분에 세계 각국의 초콜릿을 맛볼 수 있긴 하지만,
그 사람이 비운 자리의 전화는 받고 싶지 않다.
어느 정도의 예의를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
편안한 휴가를 위해 평소에 ‘품앗이’를 해두는 것도 좋다.
품앗이라고 해도 엄청난 일을 대신해주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 자리를 비웠을 때 전화를 대신 받아 메모를 남겨주는 정도면 충분하다.
이런 사소한 일들이 서로에게 보너스점수를 쌓아간다고 해야 할까.
내 빈자리를 채워주는 것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다.
주변인은 자신의 일에 부가적인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휴가 쓰는데 눈치를 보라는 소리가 아니라,
상호 간의 배려와 균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황금연휴에 휴가 붙여쓰기 싫은 사람은 없다.
하지만 지난번 연휴 때 내가 쉬었다면 한 번쯤 양보를 해도 좋지 않을까.
물론 사정이 있어 반드시 써야 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단순히 ‘쉬고 싶다’의 경우라면 말이다.
황금연휴라도 모두가 휴가를 쓰고 회사문을 닫을 수는 없다.
휴가를 편히 갈 수 있는 분위기는 서로가 만들어 가는 것 같다.
내 빈자리를 채우는 누군가가 있듯,
나도 누군가의 자리를 조금은 채우면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