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다

by RUKUNDO


잃다(동사)

1. 가졌던 물건이 자신도 모르게 없어져 그것을 갖지 아니하게 되다.
2. 땅이나 자리가 없어져 그것을 갖지 못하게 되거나 거기에서 살지 못하게 되다.
3. 가까운 사람이 죽어서 그와 이별하다.
4. 어떤 사람과의 관계가 끊어지거나 헤어지게 되다.
5. 기회나 때가 사라지다.
6. 몸의 일부분이 잘려 나가거나 본래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다.
7. 의식이나 감정 따위가 사라지다.
8. 어떤 대상이 본디 지녔던 모습이나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게 되다.
9. 길을 못 찾거나 방향을 분간 못 하게 되다.
10. 같이 있거나 같이 길을 가던 사람을 놓쳐 헤어지게 되다.
11. 의미나 의의가 없어지다.
12. 경기나 도박에서 져서 돈을 빼앗기거나 손해를 보다.


회사를 다니다 보면 잃어버리는 것 이 참 많다.

개념도 잃고 염치도 잃고 양심도 잃는다.

꿈도 잃고 자유도 잃고 책임감도 잃어버린다.


회사에 입사하며 제일 먼저 나의 이상을 잃는다.

입사와 동시에 사회라는 시궁창에 대해 몸소 깨닫게 되니 말이다.


이상을 잃고 나면 꿈이 흐릿해져 간다.

다시는 꿈꾸던 나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며 희망까지 잃어버린다.


희망을 잃고 나니 자연스럽게 살아지는 것이 열정이다.

열심과 열정 하면 밀리지 않던 나인데 어느 순간 가볍게 사그라들어버린 나를 바라보게 된다.


열심과 열정이 부인당하는 경험을 반복해서 하고,

그러다 보면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이었는지 깨달으며 부질없음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미련을 떨며 더 열심히 하면 좋아질 거야.

더 열정을 다하다 보면 언젠가 좋은 날이 올 거라는 헛된 기대를 하게 되지만

어느 순간 알게 된다 헛된 기대였다는 것을 말이다.

이렇게 기대 또한 잃게 된다.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으면서 슬그머니 남의 탓으로 돌리려 혈안이 되어있는 인간상이 있다.

전임자 탓, 옆사람 탓, 같이 일하는 용역사 탓 세상 모든 사람의 탓으로 돌린다.

잘 생각해 보면 자기 탓은 없다.

그러면서도 참 꾸준히 당당하다.

내 옆자리에 앉은 인간이 이런다.


남이 해둔 일을 지적할 시간에 잘못된 것을 발견했으면,

고치고 개선하면 그뿐이다.

욕을 하더라도 그 후에 해도 되는 것이 아닌가.

거만하게 앉아 이건 틀리고 저건 잘못이고,

앉아서 손가락질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속에서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너나 잘하라고 쏴 붙이고 싶다.

그 사람은 잘못된 일이라도 하기라도 했지,

그러나 너는 아무것도 안 하지 않았냐며 소리쳐주고 싶다.

그러나 오늘도 나는 침묵을 지킨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침묵이 전부이다.


여기서 잃은 것을 하나 더 발견한다.

아, 나는 말도 잃었다.


이렇게 잃고 또 잃고 하다 보면 퇴직을 하게 되는 걸까.


이전 19화A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