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기와 비수기

by RUKUNDO
성수기 (盛需期)
(명사) 상품이나 서비스의 수요가 많은 시기.
비수기 (非需期)
(명사) 상품이나 서비스의 수요가 많지 아니한 시기.

휴가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성수기와 비수기는 회사에도 있다.

비지시즌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고,

그 외에 이름은 다양하겠지만……


매일매일이 바쁜 사람도 더 바쁜 날이 있고 덜 바쁜 날이 있다.

매일매일이 여유 있는 사람도 바쁜 날이 있고 안 바쁜 날이 있다.

이런 굴곡이 있어야 사람이 숨도 쉬고 그나마 안정적으로 회사를 다닐 수 있는 것 같다.

그나마 이런 굴국이 있는 사람은 행복한 편이다.


주변에 복이 많아 힘든 사람들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복 ‘일복’.

이런 사람에게 성수기, 비수기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

1년 365일 긴장과 업무의 폭탄 속에 계속 달리기만 하는 것이다.


편한 자리로 이동했는데

그 자리마저 힘든 자리로 만들어 버리는 복 많은 사람들.

이런 사람들은 어딜 가나 힘든 일이 따라다닌다.

가끔 힘든 일이 안 생기면, 물리적으로 일 자체가 많이 생겨 힘들어진다.

안쓰러울 정도다.


나도 어디 가서 이런 복으로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요즘은 비수기가 찾아와 살만하다.

막상 비수기가 찾아오니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어색하기도 하다.

다시 다가올 성수기를 대비해야 할 텐데 어떻게 쉬는지를 잊은 것 같다.

비수기가 와도 제대로 누리지 못하니 속상하다.


현명한 비수기 보내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게 안타깝다.

비수기라고 월급루팡이 되어 사무실에 앉아 팽팽 노는 것도 아니다.

일상의 업무들은 남아있는 상태다.

비수기 때는 다가올 성수기를 대비해 에너지를 비축하고,

가빠진 숨을 회복해야만 한다.

성수기에 있는 다른 동료를 도와주고 싶지만 내 코가 석자다.

그래서 조금 이기적일 수 있지만,

비수기라는 것은 절대 다른 사람에게 들키면 안 된다.


성수기와 비수기가 없이 모두가 서로를 도와가며

일상의 적당한 분주함을 같이 누리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이번 생에서는 겪기 힘들 것 같다.

이런 생각이 이상적이며 이뤄지기 힘들다는 것 정도는 아는 연차가 되었다.


회사에 앉아 주변을 바라보면 좋은 생각이 들진 않는다.

성수기에 있는 사람은 비수기에 있는 사람을 부러워하고,

비수기에 있는 사람은 더 비수기에 있는 사람을 부러워한다.

분명 나보다 더 바쁘고 힘든 사람이 있을 텐데,

나보다 안 좋은 사람을 보며 위안을 받거나 현재에 상황에 만족하는 일이 없다.

사람 사는 게 다 그런 거겠지만 유독 회사에서는 그렇다.


오늘만큼은 비수기에 있는 나의 시간에 만족하며,

극성수기 속에 힘들어하는 동료에게 커피 한잔을 사줘야겠다.

극성수기 안에 조그만 휴식이라도 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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