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人事
1.(명사) 마주 대하거나 헤어질 때에 예를 표함. 또는 그런 말이나 행동.
2.(명사) 처음 만나는 사람끼리 서로 이름을 통하여 자기를 소개함. 또는 그런 말이나 행동.
3.(명사) 입은 은혜를 갚거나 치하할 일 따위에 대하여 예의를 차림. 또는 그런 말이나 행동.
4.(명사) 사람의 일. 또는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
5.(명사) 관리나 직원의 임용, 해임, 평가 따위와 관계되는 행정적인 일.
6.(명사)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
‘인사만사’
회사에서 많이 듣는 중 하나다. ‘알맞은 인재를 알맞은 자리에 써야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본래의 의미와는 거리가 조금 있긴하지만, 회사원의 언어로 풀어보면 세가지 정도의 의미로 정리할 수 있다.
첫번째는 회사에서 ‘인사’를 잘하면 좋은 ‘평판’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출근을 하거나 회사를 돌아다니거나 퇴근을 할 때 가볍게 인사를 하는 것은 사소하지만 중요하다. 조금 꼰대같은 소리긴 하지만 자신의 존재를 다른사람에 알리는데 인사만큼 좋은게 없다. 회사에서 가장 좋지않은 평판은 ‘존재감이 없다’ 혹은 ‘잘 모르겠다’라는 말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존재를 알리는 것은 분명 필요한 일이다. 게다가 인사를 먼저 건네는 것만으로도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좋은 인상을 쌓아두면 협업을 하거나 자료요청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인사는 만사라고 하는 것이다.
사무실 문밖을 나갈때는 나는 안경을 벗는다. 실내외 온도차로 안경에 김이 서리는 것이 싫어서다. 시력이 좋은 편이 아니라 안경을 벗으면 멀리있는 사물을 분간하는 것이 어렵다. 그래서 사람으로 보이는 실루엣만 봐도 일단 공손하게 인사를 하는 습관이 생겼다. 이런 습관 덕분에 ‘인사성 좋은 사람’ 이라는 평판만큼은 확실히 챙겼다.
두번째는 일을 잘하는 것보다 ‘인사’를 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서의 인사는 간단한 안부를 묻거나 꾸벅거리는 인사가 아니다. 개인적인 경조사나 승진, 포상 등 특별한 일이 있을 때 주변사람에게 성의 표시를 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성의 표시를 소소하게 잘 하는 것도 사회생활을 잘하는 중요한 기술이라는 것이다. (물론 나는 이 말에는 별로 공감하고 싶지않다.)
입사 초, 신입사원에게 수습기간이 있었다. 3개월 간의 수습기간은 회사에 신입사원들이 정착하는 시간을 주겠다는 의도였다. 적응의 시간으로 준만큼 별도의 휴가도 수당도 없지만, 업무를 덜어주는 것은 아니었다. 항상 인력난에 시달리는 현장에서는 이름만 수습사원일 뿐 업무강도는 같았다. 이런 부당한 3개월의 수습이 끝나면 소소하지만 수당도 들어오고 작은 복지혜택도 그제야 받게 된다. 수습기간이 끝날 무렵 선배가 나와 내 동기를 불러 말했다.
“수습기간이 끝났으니까 원래 부서에 떡을 돌려야 하는데,
이번에 동기들이 같이 왔으니까 밥을 한번 사는게 좋겠어.”
밥을 ‘사준다’가 아니라 ‘사라’는 말이었다. ‘저희가 정직원이 될때까지 잘 보살펴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는 뜻의 ‘인사’를 하라는 말이었다. 신입의 꼬깃꼬깃한 돈을 꺼내 삼겹살에 소주를 샀다. 지금 생각하면 참 허무하고 어이없는 인사였지만, 그때는 회사문화라는 명목 아래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했다.
세번째는 일년 내내 인사이동만 하다 끝나겠다는 농담섞인 말이다.
우리회사는 유난히 인사이동이 잦다. 지역별 사업소가 있는 회사라 인사이동은 거주지를 결정짖는 가장 중요한 행사다. ‘대도시에 있거나, 집 근처에 있는 사업소에 배치되는 것이 회사에서 누릴수 있는 가장 큰 복지’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승진과 인사이동의 결과가 나오는 시기기 때문에 회사의 12월은 굉장히 뒤숭숭하다. 일년간 하던 사업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이상한데, 승진과 인사이동까지 겹쳐 뒤숭숭한 것을 넘어 멀미가 날 지경이다. 웅성웅성. 속닥속닥. 하루종일 회사가 들썩들썩 하다. 이 오묘한 분위기가 참 낯설고 싫다.
12월에는 승진 결과가 나오는 시기라 뒤숭숭하고
1월에는 인사이동으로 사람들이 들어오고 나가며 다시 혼란스러워진다.
2월에는 조금 자리가 잡는 듯 하다가 다시 새로운 인사이동을 준비한다고 들썩인다.
3월과 4월에는 임원 인사가 있어 또 한번 눈치 싸움이 벌어진다.
6월에는 7월 인사이동 발표가 있어 이런저런 소문이 돌아다니고,
8월에는 새로 바뀐 인력이 적응하느라 어수선하다.
9월과 10월에는 승진 심사가 있어 또 뒤숭숭.
11월에는 12월 인사와 승진을 준비한다.
이쯤되다 보니 일년 내내 인사만 하다 업무는 하지도 못하겠다는 말나오는 것이다.
인사는 중요하다.
기업이 성장하고 제대로 돌아가려면 ‘인사’와 ‘예산’이 청렴하게 돌아가야한다고 한다. 인사기 너무 복잡하고 잦아서 업무에 지장이 있다면 이건 좀 손을 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나도 그 인사 태풍에 매번 휩쓸리는 구성원일 뿐이다.
방법은 없다. 그저 휩쓸리며 버티고, 시간이 지나가길, 무사히 끝나길 기도하는 수 밖에.